<분수대>빈털터리 유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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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유엔이 올해로 창설 50주년을 맞았다.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에선 갖가지 행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그중 하이라이트는 이달말 열리는 유엔 정상회의다.160여개 나라 국가원수들이 참석하는 이 회의는 사상 최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유엔은 별로 즐겁지 않다.이유는 바로 돈이다.요즘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사무총장의 머리속은 온통 돈생각뿐이라는 소문이다.갈리총장은 지난달 12일 경비절감을 위한 긴급대책을 발표,직원 신규 채용을 동결하고 불요불급 한 예산지출을 엄격히 제한했다.
유엔은 심각한 재정위기에 처해 있다.원인은 회원국들의 분담금미납(未納)이다.미납액이 지난달 15일 현재 35억달러를 기록했다.분담금을 완납한 나라는 전체의 3분의1인 64개국에 불과하다.특히 미국은 15억달러를 미납,전체 미납액 의 40%가 넘는다.한국은 올해 분담금 1,400만달러를 상반기에 완납했다. 유엔예산은 일반예산과 평화유지활동(PKO)예산 둘로 나뉜다.일반예산은 일반사업.사무국 직원 급여에 주로 사용되는데,94~95년 예산은 약25억8,000만달러다.수입원은 회원국 분담금.회원국은 지불능력에 따라 최고 25%,최저 0.
01%의 분담금을 납부한다.
PKO예산은 PKO규모에 따라 결정된다.94년 35억달러,올해 31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분담률은 일반예산 분담률을 기준으로 하되 개발도상국 부담을 경감하고,경감부분을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떠맡는다.늘어만 가는 PKO수요는 유엔재 정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다.PKO예산이 가장 많이 쓰이는 舊유고엔 연간(年間)17억달러가 들어간다.최근 갈리총장이 평화협상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유고에서 유엔군을 철수시키겠다고 선언한 것도 예산 때문이다.
갈리총장은 지난 92년 「평화의 과제」에서 유엔 르네상스를 선언하고 분쟁해결을 위한 유엔의 목표를 예방외교.평화창설.평화유지.평화건설 네가지로 설정했다.그러나 그후 소말리아.유고에서의 좌절은 유엔을 이상에서 현실로 돌아오도록 했으 며,지금 돈이라는 현실과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다.유엔의 장래가 돈에 달려 있다는 말도 과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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