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쇠고기 정국 선명성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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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이 ‘강한 야당론’ 전성시대다. 올 초 손학규 대표 체제가 출범한 직후 유행하던 ‘새로운 진보’ ‘제3의 길’과 같은 담론은 쑥 들어갔다. ‘쇠고기 정국’에서 당이 총공격에 나서자 지도부 경선에 뛰어든 주자들도 이에 영향을 받아 저마다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대표 경선을 준비 중인 정세균 의원은 9일 인터넷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쇠고기 협상은) 아마추어리즘의 전형이다. 독선·무능·조급증으로 어떻게 해서든 한·미 정상회담 전에 뭔가 선물을 만들려고 한 것”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열린우리당 시절) 원내대표를 하면서 사립학교법·과거사법·행정복합도시특별법 등 아주 어려운 입법을 많이 성공시켰다. 돌파력이 있었다고 평가받는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경쟁 상대인 추미애 당선인의 ‘여성 전사’ 이미지를 의식한 결과다. 지방투어를 하고 있는 추 당선인은 7일 경북대 특강에서 “쇠고기 협상을 보면 국가의 역할을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국제시장의 논리 앞에 국민의 안전권과 국가의 검역 주권이 실종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대표 후보인 천정배 의원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재야단체와 공동보조를 맞추고 있다. 광우병 발생 위험 국가의 쇠고기 수입을 제한하는 내용의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원혜영·김부겸·이강래 의원 등 원내대표 주자들도 뒤지지 않고 ‘강한 야당’을 외친다.

한·미 FTA 문제만 해도 수도권 출신인 원·김 의원은 당초 긍정적이었지만 쇠고기 파문이 터진 이후엔 ‘시기상조’로 돌아섰다. 농촌 출신인 이 의원은 아예 “개인적으로 반대”라고 못 박았다. 홍재형 의원도 원내대표 출마선언에서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고 새롭게 실천하는 강력한 야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강경론이 득세하는 배경엔 18대 국회에서 81석의 소수 야당으로 거대 여당과 맞서야 하는 데 대한 부담감도 깔려 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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