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AI’ 전파 경로 공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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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 광진구청에서 발견된 조류 인플루엔자(AI)의 감염 경로를 놓고 서울시와 경기도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 이성 경쟁력강화본부장은 9일 광진구청 내 자연학습장에서 사육하던 닭의 AI 발병 원인과 관련, ‘경기도 안성의 D농장→성남 모란시장→서울 광진구청’이란 경로를 지목했다. 서울시 산하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한 역학조사 결과를 근거로 AI가 서울시까지 전파된 것은 경기도의 구멍 뚫린 방역체계 탓이라는 논리였다. 광진구청은 지난달 24일 모란시장 S업소에서 꿩 두 마리를 사들였으며,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꿩을 비롯해 함께 있던 닭이 AI로 폐사했다.

그러나 경기도는 “서울의 AI 발생과 안성 D농장은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서울시가 추리소설을 쓰고 있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최형근 경기도 농정국장은 11일 “D농장에 대해 지난달 15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정밀 검사한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며 “AI 바이러스 특성상 닭의 경우 잠복기가 수시간에서 최대 3일 정도에 불과한 점을 고려할 때 D농장에서 모란시장으로 출하된 지난달 14일과 19일의 닭은 광진구청의 AI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청이 모란시장에서 꿩을 산 24일에는 이미 잠복기가 지나 D농장의 닭이 전염원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D농장에선 지난달 16부터 이달 6일까지 가금류 5832마리를 경기와 충북으로, 알 7260개를 경기·경남·대구·대전·전북 등 전국 6개 시·도로 각각 출하했다. 하지만 경기와 충북 지역을 조사한 결과 서울과 달리 AI 발생이 없는 상태라는 게 경기도의 설명이다. D농장에선 이달 4일 조류 502마리가 폐사해 10일 고병원성 AI 확진을 받았다.

정순방 성남시 생활경제과장은 “지난달 중순 이후 모란시장 내 가금류에 대해 4∼5차례 AI 발생 관련 역학조사를 실시했지만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며 “광진구청이 폐사한 꿩을 AI 감염 여부도 조사하지 않고 땅에 묻는 바람에 원인 규명이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AI 긴급행동지침’에서 AI 잠복기에 대해 ‘수시간에서 3일 정도이며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는 최대 21일까지 보고 있다’고 적고 있다. 결국 경기도는 ‘수시간~3일’을, 서울시는 ‘21일’을 AI 감염 경로의 근거로 각각 주장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서울시와 경기도 얘기 중 어느 것이 맞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각각의 조사 결과와 제3의 지역 및 재래시장끼리의 연관성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익진·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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