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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지 좋다며 밀어붙이는 건 대다수 정부 초기 오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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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호 04면

-정권이 초기부터 흔들리는 모습이다.

조용휴 참여정부 여론조사비서관의 ‘민심 추락’ 진단

“모든 정권은 집권 초기에 자기가 의도하던 정책을 먼저 추진하게 돼 있다. 그러다가 생각지 못했던 다른 일이 터지면 깜짝 놀라서 우왕좌왕하곤 한다. 나는 최근 MB의 지지율 하락이 정권의 근간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국가를 경영해온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조정 과정을 거쳐 위기를 헤쳐 나오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라고 본다.”

-참여정부 초기에도 이런 현상이 있었나.

“마찬가지였다. 이라크 파병을 발표하면서 반대가 더 많은 상황이었는데도 국민을 설득하는 어떠한 논리도 없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 한다고 하는데, 그게 어떤 고리로 해서 그런 건지에 대한 홍보적 포커스 키가 안 보였다. 그러니 대다수 국민에게는 다른 쪽에서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느낌이 든 것이다. 반대의견만 많아지고 지지도는 떨어지는 상황이 됐다.”

-현 정권의 실수를 구체적으로 지적한다면.

“(‘지난 10년 전 세계에서 소비된 미국산 소는 3억5000만 마리 그러나…광우병은 전혀 없었습니다!’라는 문구가 실린 정부의 5월 6일자 신문 광고를 거론하며)어제 낸 신문 광고는 마케팅적 관점에서 어설프기 짝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정부 부처에서 올린 광고를 그대로 실은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마케팅 맨의 검토가 정말로 없었다면 그건 큰 실수라고 본다. 광우병 쇠고기를 걱정하는 국민에게 정면으로 ‘문제없다’고 말하는 것은 싸우자는 것밖에 더 되나. 대통령 별명이 불도저라더니 정말 불도저 같더라. 그건 국민을 더 열 받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현 정권은 스스로가 지난 정권과 단절됐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국민이 봤을 때는 똑같은 대한민국 정부인 것이다. 지난해 결렬된 쇠고기 협상이 왜 갑자기 타결된 것인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성실히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솔직히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를 해야 한다. 영어몰입교육이나 대운하사업처럼 구체적인 액션플랜 없이 밀어붙이다가 안 되면 살짝 비켜 가는 방식은 좋지 않다고 본다.”

-쇠고기 협상에 임한 참여정부의 입장은 어땠나.

“노 전 대통령의 분명한 입장은 일본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의 협상 수준에서 절대로 앞서가지 말라는 것이었다. 특히 30개월 연령 제한에 대한 입장은 확고했다. 이번 쇠고기 협상이 ‘참여정부의 협상안을 이어받은 것’이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나는 납득할 수 없다.”

-참여정부에 시간이 더 있었다면 ‘30개월 제한’을 유지하며 타결이 가능했을까.

“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아마도 미국이 그걸 피하려고 협상을 결렬시키고 다음 정권에 넘긴 것 같다.”

-정권 초기의 혼란은 이전에도 있지 않았나.

“김대중(DJ)정부 때의 국민연금 확대 정책이나 김영삼(YS)정부 때의 금융실명제 모두 취지는 좋았으나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부족했다. 그래서 부작용이 컸다. 반대가 좀 있어도 취지가 좋기 때문에 국민을 설득시킬 수 있다는 자신을 한 것이다.”

-참여정부도 지지율이 낮지 않았나.

“노 전 대통령은 지역·계층의 지지 기반이 없었기 때문에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 그나마 있던 호남 지역 기반마저 대북송금특검으로 돌아섰다. 여권도 뭉치지 못해 151개 당이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양극화 해소 방안으로 경기부양밖에 없었는데 노 전 대통령은 ‘다음 정권의 빚’이라며 그 카드마저 쓰지 않았다.”

-참여정부 때 여론관리 기능이 강화됐다는데.

“대북송금특검 수용 과정에서는 여론수렴상 시행착오가 있었다. 참여정부를 지지하던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하지 않기를 바랐는데, 그들과 틈새가 벌어진 것이 아니었나 싶다. 여론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생긴 결정적 계기는 대연정 파동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여론관리 기능이 제대로 돌아갔더라면 대통령이 대연정론을 안 던졌을 거라고 본다.”

-노 전 대통령 자신이 집착한 것들도 많지 않나.

“자기 고집이 있었다.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이나 그런 걸 보면. 자기 철학·가치에 대해 밀어붙이고자 할 때는 그대로 밀어붙이는 고집….”

-지난 정부가 여론관리에 성공한 예도 있나.

“종합부동세를 도입할 때 보수언론에서 ‘세금폭탄’이라며 엄청난 공격을 퍼부었고 국민의 60%가 반대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대부분의 국민이 종부세 내는 사람이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더라. 그 점을 중점적으로 국민에게 설득한 끝에 긍정적 여론을 확산시킬 수 있었다.”

-여론조사비서관은 어떻게 일했나.

“정부의 각종 정책에 대해 1000~1500 샘플의 여론조사를 외주업체에 맡겼다. 노 전 대통령은 여론조사비서관이 각종 회의에 참석할 것을 지시했다. 교육TF, 남북정상회담TF, 종부세TF, 쇠고기TF 등 안 들어가 본 데가 없을 정도였다.”

-현 정부는 여론조사비서관을 없애고 최근에 여론조사 전문가를 행정관으로 기용했는데.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때도 여론조사비서관이 국민 여론을 분석해 대통령과 참모들에게 조언할 수 있었다. 행정관은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기 어렵다. 그 기능이 많이 약화됐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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