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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hoilc] 숲속 황톳길 맨발로 걷고 달리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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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9일 오후 대전시 대덕구 계족산 장동산림욕장. 11일 열리는 맨발마라톤대회를 앞두고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5000여 명이 참가하는 마라톤대회지만 실제로는 맨발로 황톳길을 걷는 국제축제다. 5000여 명의 참가자 중 500여 명은 23개 나라에서 온 외국인이다. 아프리카 세이셸에서부터 일본·중국·프랑스·미국 등지에서도 맨발마라톤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 진 클라우드 아드리안(48·세이셸 외무부 1등 서기관)은 “세이셸은 걷기·뛰기가 보급되지 않은 나라”라며 “숲 속, 황톳길을 달린다는 소식을 듣고 벤치마킹을 하러 왔다”고 말했다.

대회조직위원회는 8일 숲 길에 3000여t의 황토를 다시 깔았다. 계족산 장동산림욕장에서 정상까지 거리는 왕복 6.5㎞. 마라톤코스는 산림욕장∼산 정상을 왕복하는 13㎞로 구성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다.

계족산 짙은 녹음 속을 즐기며 숲 길에 조성된 황톳길을 달리는 이 대회에는 자연을 통한 치유라는 ‘에코힐링(Eco-Healing)’ 개념이 도입됐다. 시각·청각·후각·운동이 어우러져 건강을 회복시킨다는 것이다.

눈으로 숲을 보고, 나무의 껍질이나 잎·뿌리에서 나오는 피톤치드(phytoncide) 성분을 냄새 맡으며 달리면 산림욕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해소, 심폐기능 강화, 살균 등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위는 코스에 130개의 스피커를 설치했다. 1㎞마다 10개씩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코스를 완주하는 동안 거리·지형에 따라 구간별로 참가자들이 느끼는 심리·신체 상태를 고려해 다양한 음악을 들려준다. 관악 5중주, 오카리나 공연, 현악 4중주, 꽃길, 이벤트 등이 펼쳐져 잠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무대에서는 흥을 돋우는 전자바이올린 연주, 맨발 비보이 공연, 마술 쇼 등 다양한 볼거리가 펼쳐진다.

사전에 참가신청을 하지 않은 시민들은 5000명의 주자를 따라서 걸을 수 있도록 했다. 13㎞를 천천히 걸어도 4시간이면 충분하다는 게 조직위의 설명이다. 1인당 참가비 1만3000원은 참가자 이름으로 전액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정 기부된다. 10일에는 외국인 200여 명과 일반 참가자 300여 명 등 500여 명이 참가하는 전야제도 열린다.

대회조직위원장인 조웅래 ㈜선양 회장은 “대회는 마라톤 형식이지만 실제로는 맨발로 황톳길을 걸으며 가족들의 건강을 챙기자는 차원”이라며 “산길을 맨발로 걸으면 산림욕과 지압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걷기 매니어다. 일주일에 4, 5일은 맨발로 계족산 황톳길을 걷는다. ‘황토를 깔면 맨발로 걸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자비 1억원을 들여 지난해 초 황토를 깔았다. 매달 한 번씩 여는 걷기대회에는 전국에서 1000여 명이 참가한다.

대전=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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