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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 장관 4명 임명 … 이탈리아 정가 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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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여성 비하 발언으로 수차례 물의를 빚은 바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1) 이탈리아 신임 총리가 4명의 미녀 여성 장관을 임명했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정가가 시끄러워졌다고 로이터통신이 8일 보도했다.

여당 측에서는 “여성을 배려한 인사”라는 입장인 반면, 야당 측에서는 “총리의 ‘마초’(남성우월주의자) 이미지가 그대로 드러난 인사”라며 비판했다.

7일(현지시간) 공개된 21명의 장관 중 특히 언론의 주목을 받은 여성은 마라 카르파냐 평등부 장관. 그는 1997년 미스 이탈리아 대회에서 6위를 차지했으며 TV의 쇼걸로도 활동했었다. 베를루스코니는 과거 “카르파냐가 미혼이라면 결혼했을 텐데” “중세에는 영주가 결혼식 첫날 밤 신부의 초야권을 갖고 있었다”는 성적 농담을 하기도 했다.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된 스테파니아 프레스티자코모는 90년대에 미모를 인정받아 ‘의회의 여왕’으로 뽑힌 바 있다. 마리아 스텔라 젤미니 교육부 장관과 조르지아 멜로니 청소년부 장관도 각각 30대 초반의 나이에 장관에 올랐다.

베를루스코니 일가가 경영하는 밀라노 일간지 일 조르날은 ‘정가에 부는 핑크빛 바람’이라는 기사에서 “젊고 아름다우며 야심찬 베를루스코니의 네 여성”이라며 이들을 “4총사”라고 불렀다.

이에 대해 야당은 “핑크라고 하기 부끄럽다”고 공격했다. 스페인 정부가 최근 내각의 절반 이상을 여성으로 포진시킨 것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베를루스코니는 스페인의 여성 장관 임명에 대해 “너무 핑크빛”이라며 “이탈리아 정계에는 자격을 갖춘 여성을 찾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야당 의원 비토리아 프랑코는 “여성 장관은 21명의 장관 중 4명에 불과해 20%를 밑돈다”며 “매우 실망스러운 인사”라고 꼬집었다.

베를루스코니는 2005년 여성인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에 대해서도 말실수를 했다. 그는 핀란드를 제치고 이탈리아가 유럽식품안전국(EFA)을 유치한 것을 자랑하면서 “난 아주 오래전부터 갈고 닦은 플레이보이 기술인 부드러운 속삭임을 이용해 그녀를 설득했다”고 말해 외교 문제로 비화하기도 했다. 그는 앞서 뉴욕증권거래소 개장 벨을 누르는 행사에서는 “이탈리아는 투자하기 좋은 나라입니다. 우리에겐 늘씬한 여비서가 있거든요”라고 말해 이탈리아 여성계를 자극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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