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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경제 살리기에 모든 힘을 집중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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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기획재정부가 경기 하강을 공식 인정했다. 대선·총선·광우병에 한눈을 판 사이 경제가 크게 나빠진 것이다. 요즘 경제지표치고 괜찮은 게 하나도 없다. 경제성장률은 4%대로 내려앉고 물가상승률은 4%를 넘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달러의 신기록 행진 중이고, 원화 가치는 달러당 1050원까지 떨어졌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성장률이 4.5%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예상보다 물가상승률이 올라가고, 경상수지 적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나라 바깥의 경제 환경은 더 캄캄하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전 세계가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사이에 갇혀 진퇴양난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고공 행진 중인 원유·곡물 가격은 ‘거품’이 아닌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분석했다. 달러화 약세와 미국의 금리인하가 인플레를 부추긴 만큼 세계 경제가 ‘저성장-고물가’의 늪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는 고백이다.

이제 다시 경제에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경제 대통령’이 들어서면 가만히 있어도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믿음은 환상일 뿐이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1년 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정부로선 당장 뾰쪽한 방법도 없다. 금리·환율·재정 등 기존의 경제정책 수단들은 그 부작용으로 인해 동원하기 쉽지 않다. 물가를 잡겠다고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곤두박질할 수 있다. 환율을 건드리면 수출은 늘어나겠지만 그만큼 물가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남아있는 해법은 정공법밖에 없다. 반기업 정서와 규제를 완화해 기업 투자를 늘려야 한다. 노사는 머리를 맞대고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물론 시간이 걸리고 고통이 수반되는 작업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를 부작용 없이 되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기업과 가계·정부가 손을 맞잡고 경제 살리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다시 모든 에너지와 지혜를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데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