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유치 위해 도둑질 빼고 다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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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기공식을 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세계 4위(조립 중량·매출 기준) 규모로 지어진다. 중형 자동차 530대를 한꺼번에 들어 올릴 수 있는 세계 최대의 골리앗 크레인(1600t), 축구장 12개가 들어설 수 있는 도크(물에 배를 띄우는 시설)도 갖춰진다.

이 초대형 조선소 유치의 일등공신은 전북도청 투자유치팀과 군산시 투자지원팀 공무원들의 열정과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신이었다. 김양원 전북도 투자유치국장은 “현대중공업을 끌어 오기 위해 기업 애로 해결사 겸 부동산중개인, 로비스트, 때로는 거간꾼 역할까지 했다. 도둑질 빼고는 다 하겠다는 각오로 뛰었다”고 말했다.

이들 공무원이 현대중공업 유치 작전에 나선 것은 지난해 초. “울산 본사 부지가 포화 상태여서 전국을 대상으로 새로운 공장 터를 찾는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전북도와 군산시는 곧바로 전담 팀을 꾸려 부지 물색과 함께 “군산항은 인프라가 잘 갖춰져 물류비용이 저렴하고, 땅값도 다른 곳보다 30~50% 싸다”고 홍보했다. 김완주 전북지사와 문동신 군산시장은 60여 차례나 울산 본사를 직접 찾아 설득 작업을 벌였다.

이에 현대중공업도 군산을 후보지로 검토했지만 ‘항만 부지(18만2000㎡)’라는 걸림돌에 부딪혔다. 전북도는 “매년 2만~3만 명씩 줄어드는 지역경제가 회생할 수 있게 도와 달라”며 당시 해양수산부에 “항만 부지에서 제척(용도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북도의 노홍석 과장, 신현택 계장 등은 “해양부에 아예 사무실을 차리라”는 핀잔까지 들으며 거의 매일 서울로 올라가 끈질기게 설득했다. 결국 해양부는 2개월 만에 “전례가 없다”면서도 제척을 해 줬다. 보통 1년6개월씩 걸리던 공장 인·허가 등 행정 절차도 보름 만에 끝내 버렸다.

이들의 열정에 감동한 현대중공업은 당초 8000억원을 들여 선박블록 공장을 지으려던 계획에 4000억원을 더 투자해 아예 조선소를 건립하기로 했다. 군산조선소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1만1000여 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지고, 인건비만 일 년에 5000여억원이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직원 가족까지 포함하면 3만5000여 명의 인구가 군산 지역에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군산=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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