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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단계부터 위험 관리 운행 후 사고 한 건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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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4월 1일 한국에 '꿈의 고속철시대'가 열린다. 1992년 6월 첫 삽을 뜬 뒤 12년 만의 일이다. 개통을 앞두고 한국형 고속열차(KTX)를 만든 프랑스'알스톰 트랜스포트'의 프랑수아 라코트(56) 기술담당 수석부사장을 만났다.

파리 교외 북쪽 생투앙에 있는 알스톰 사옥은 첨단연구소 같았다. 전체 6층으로, 엘리베이터 기둥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난 복도를 따라 속이 들여다보이는 대형유리 벽면이 인상적이었다. 안내하는 사람이 기차 엔진 모양을 본떠 지었다고 일러줬다. 기차만 생각하는 기업이 직원들을 기차엔진 속에서 일하도록 만든 것이다.

안전 문제부터 얘기를 시작했다.

-경부선은 터널이 40개가 넘는다. 터널 속 사고는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쉬운데 대책이 있나.

"프랑스 고속전철은 81년 상업운행을 시작해 지금까지 25년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 기간 중 단 한명의 부상자도 없었다. 터널이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이기는 하지만 고속주행으로 인해 특별한 위험이 제기되지는 않는다. 또 관리가 잘되고 있다.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한국 정부 측에서는 유사한 사고가 TGV 내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라고 요구해 기자들 앞에서 실험을 했다. 용접가스대로 TGV에 불을 붙였는데도 불이 나지 않았다."

-TGV가 25년간 5억km 무사고를 기록한 이유는 뭐라고 보나.

"기차 제작단계에서부터 위험을 제어하고 제작 이후 보수와 정비를 철저히 해 왔다."

-하지만 한국 고속열차는 검사과정에서 엔진회전축과 바퀴축을 연결해 동력을 전달하는 감속기어에 물기가 들어가는 혼수(混水)현상이 확인됐다.

"약 3주 전 한국에 눈이 많이 왔을 때 감속기에 눈이 조금 들어간 것이 관찰됐다. 전혀 위험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 철도청의 고속철도차량정비 기록에는 기름이 새는 현상이나 마모판 불량 등 크고 작은 불량도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TGV의 동력전달시스템을 보면 모터 뒤에 감속기가 하나 있다. 이 감속기에서 기름이 조금 새기도 하는데 별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자꾸 안전문제를 거론하자 말이 빨라졌다. 얼굴이 약간 붉어지는 듯도 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한국 고속전철프로젝트에 89년부터 참여한 '증인'이란 말까지 했다. 그동안 결코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는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국은 직접 고속전철을 개발하기 위해 TGV를 선택했다. 기술이전 현황과 제3국 공동진출 의향은?

"알스톰은 단순한 제작노하우 이상의 것까지 모두 이전했다. 그리고 한국이 원한다면 알스톰은 당연히, 흔쾌히 한국과 공동으로 제3국에 진출할 용의가 있다."

-94년에 맺은 차량 도입 계약이 한국의 외환위기 등으로 상당 부분 수정됐다. 알스톰사는 한국 측의 공사계획 변경으로 부품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원 계약이 수정돼 기존철도 위로도 달려야 하는데, 기존선로는 유럽식이 아닌 일본식 레일을 모델로 만든 것이라 기차바퀴를 훨씬 많이 상하게 한다. 그만큼 더 소모되는 부분을 생각해달라는 얘기다."

-TGV의 상업속도와 최고 기록은 얼마인가

"현재 프랑스 TGV 상업속도는 대부분 시속 300km다. '지중해선'리용과 마르세유 사이의 한 구역에서 320㎞로 달린다. 상업속도는 350㎞까지 올릴 수 있다. 최고속도 기록은 90년 5월 18일 '대서양선' 방돔역 부근에서 세운 515km다."

-유럽에서는 2층 기차가 많던데.

"1층 기차와 2층 기차는 속도나 안전 문제에 있어 전혀 차이가 없다. 2층 기차는 좌석 사이를 더 넓혀 여행객들이 좀더 편안하도록 배려했다. 한국에도 2층 기차가 도입되기를 바란다."

프랑수아 라코트 부사장은 한국이 어떤 나라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발전하려는 의욕과 능력과 자질이 넘치는 흥미로운 나라"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생투앙(파리 근교)=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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