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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이색문화공간>21.브라질 아마존극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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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페루에서 발원,남미 4개국을 관통하는 아마존강은 브라질 북부 마나우스에서 네그루강을 만나 총연장 7천2백㎞의 숨가쁜 여정을재촉한다.마나우스市는 검붉은 커피빛 네그루강과 황토빛 본류 솔리모네스강이 합류된 뒤에도 10㎞를 섞이지 않은 채 서로 다른빛깔로 도도히 흐르는 장관을 보려는 관광객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는 곳이다.
지난 3월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휴가차 마나우스를 찾았다.시내 관광에 나선 파바로티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중심가의 아마존극장.세계 각지의 유명극장을 두루 섭렵한 파바로티도 상상을 초월한 호화판 실내장식과 완벽에 가까운 무대시 설.음향효과에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자청해 무대에 올랐다.
마침 공연이 없는 날이어서 「즉석음악회」의 관객은 극장직원 12명이 전부였지만 관광객 파바로티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극장』이라는 격찬과 함께 한시간동안 신들린 듯 「18번」들을 뽑았다. 세기의 테너를 감탄시킨 아마존극장의 호화로움은 마나우스의 옛 영화(榮華)를 기억하는 이에겐 그렇게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이 극장이 세워진 1896년은 아마존강의 밀림에서 채취된 천연고무 수출로 마나우스港이 황금경기를 구가하던 때였 다.
마나우스로 몰려든 유럽출신 부호들은 주체할 수 없이 쏟아지는 돈과 물산으로 풍요를 누렸지만 딱 한가지 예외는 「문화」였다.
그들은 이 아마존 오지의 밀림도시에 정통 유럽풍의 오페라하우스를 세웠다.
이탈리아産 대리석,영국제 석회기둥,오스트리아제 의자,프랑스제융단등 최고급 수입자재만을 사용한 7백석의 극장내부는 호화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방음을 위해 극장입구에 깔았던 고무쿠션이 유일한 현지생산품이었다.파리 에펠탑 모습을 본뜬 샹들리에,무대정면.천장의 벽화와 조각품등 실내장식들도 이탈리아인 도미니코 안젤리스등 당대 유명 미술가들의 손을 거쳤다.
신흥부호.귀족들의 초청으로 한달반동안 증기선을 타고 도착한 유럽의 일류 오페라단은 아마존 정글속에 유럽귀족문화의 정수를 펼쳤다.그러나 영화도 잠시,고무경기의 급격한 쇠락과 함께 극장도 같은 운명을 겪었다.
1910년 폐쇄된 후 주로 박물관으로 사용되던 아마존극장이 공연장으로서의 제역할을 되찾은 것은 지난 90년.아마조나스 州정부가 유럽귀족의 배타적 문화공간이었던 이 극장을 시민들을 위한 「열린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취재진이 극장을 찾았을때 마침 마나우스를 근거지로 활동중인 7인조 재즈밴드 「메타이스 인 블루」의 공연이 벌어지고 있었다.흑인가수가 등장,루이 암스트롱을 빼닮은 목소리로 『아름다운 세상』을 열창하자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은 연신 환호성을 터뜨 렸다.정장차림으로 마차를 타고 온 귀족관객들이 한껏 점잖을 빼면서 오페라를 관람하고 공연이 끝나면 연회실로 자리를 옮겨 호화파티를 밤새 열던 옛시절과는 정반대의 분위기였다.
극장의 관리책임자 올리베이라(48)는 『오페라극장에서의 재즈공연이 좀 어색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시민들이 부담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다고 판단되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극장을 개방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매주 화요일 밤공연은 고정적으로 마나우스의 지방예술인들에게 개방되고 극장 소속 주립 합창단.오케스트라의 정기공연장으로도 사용된다』고 설명했다.매표창구의 예매현황을 알아보니 1주일후로 예정된 연극공연은 7백석중 절반이상이 예 매가 끝난 상태였다.창구직원은 『짧은 기간동안에 아마존극장이 시민에게 친숙한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극장측은 주말의 경우 주로 상파울루.살바도르등 브라질 전역의 유명 극단.오페라.뮤지컬.오케스트라등을 초청공연 위주로 스케 줄을 짠다.개관 1백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와 브라질 최고의 과라니 오페라단을 초청하는등 연중 성대한 기념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브라질에서 글=芮榮俊기자 사진=崔正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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