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 강속구 놀라워 … 강심장은 더 놀라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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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의 임창용(32·사진)이 시즌 개막 후 11경기 연속 무실점의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8세이브로 센트럴리그 구원 부문 4위다. 어디서 날아들지 모르는 시속 156㎞의 강속구를 앞세워 일본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그 공을 받는 포수의 기분은 어떨까.

야쿠르트의 포수 후쿠가와 마사카즈(32)와 7일 서면 인터뷰를 했다. 후쿠가와는 “지금까지 숱한 강속구를 받아봤지만 이런 공은 처음”이라며 놀라워하고 있다.

◇배짱에 놀라다=후쿠가와는 임창용이 첫 세이브를 따낸 3월 28일 요미우리전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선두타자 다카하시 요시노부를 얼어붙게 만든 공은 스리쿼터에서 나온 156㎞짜리 강속구였다. 공도 완벽했지만 삼진을 잡고 태연하게 돌아선 임창용의 뒷모습이 더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일본 야구는 정신적·기술적으로 한국 야구를 한 수 아래로 본다. 그런데 한국에서 온 투수가 일본의 특급 타자들을 내리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무표정하다니 놀랍기 그지없다는 설명이었다.

후쿠가와는 “대단한 배짱이라고 생각한다. 동료들이 모두 놀랐다. 다카다 시게루 감독도 경기 후 ‘이제 우리 팀 마무리는 임창용’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후쿠가와는 “임창용의 최고 매력은 강한 심장”이라며 “강타자들이 나올수록 임창용은 더 좋은 공을 던진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엔 주니치 클린업 트리오인 이병규, 타이론 우즈, 와다 가즈히로를 잇따라 삼진으로 돌려세우기도 했다.

◇마구에 놀라다=후쿠가와는 지난 2월 스프링캠프에서 임창용을 처음 만났다. 외국인 최저 수준 연봉(30만 달러)에 계약한 한국인 투수를 눈여겨봤을 리 없다. 후쿠가와는 “우리는 연봉으로 외국인 선수를 평가한다. 그래서 나도 임창용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사이드암이라는 희소성 덕에 7회쯤 나올 불펜 투수로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시범경기 때 140㎞ 중반에 그쳤던 임창용의 공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점점 빨라지고 예리해졌다.

후쿠가와는 “임창용은 사이드암·스리쿼터·오버핸드 등 세 가지 폼으로 공을 던진다. 그러나 공이 워낙 빨라 타자가 생각할 틈도 없이 포수의 미트로 빨려 들어간다. 공에 힘이 넘치고 컨트롤도 좋아 변화구가 필요 없다”고 했다.

후쿠가와가 전한 장면 하나. 후쿠가와는 지난 1일 한신의 가네모토 도모야키를 맞아 볼카운트 2-2 상황에서 임창용에게 스리쿼터 직구를 던지라는 사인을 보냈다. 그런데 임창용은 갑자기 팔을 내려 사이드암으로 던져 삼진을 잡았다.

임창용은 후쿠가와에게 “전날 스리쿼터 직구로 가네모토를 삼진으로 잡아서 반대로 던져봤다”고 설명했다. 후쿠가와는 “수싸움에서도 나보다 한 수 위”라고 치켜세웠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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