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화제작기행>"도끼장이의 재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인류역사를 돌아보면 문명의 이기(利器)라 불렸던 각종 도구가그것을 발명한 인간들의 사고나 의식,나아가 사회조직의 성질까지바꿔왔음을 알 수 있다.환경문제등으로 고민하는 현대인의 입장에서 볼 때 문명의 발전도 인류의 안락함만 가져 왔던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미국의 역사학자인 제임스 버크와 심리학자인 로버트 온스타인이최근 공동으로 펴낸 『도끼장이의 재능』(원제 The Axemaker's Gift.Grosset/Putnam 刊)은 바로 기술.문화.역사.인간정신의 상호작용을 분석,기술이 인간에게 미친「양날의」 이중적인 영향을 설명한 인류문화사 책.
이 책 제목의 도끼장이는 도구,즉 문명의 발명자를 일컫는다.
환경문제의 심각성이 제기된 이후로 인류문명사에 대한 반성이 많이 제기되었지만 역사학자와 심리학자가 각자의 지식을 모아 논의의 폭을 크게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2백50만년동안 도끼장이들은 인류의 지구 식민여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맡았다.이제 그 여행도 종착점에 가까웠다.
이 여행과정에서 우리 인류의 지도자들과 각종 제도권은 도끼장이의 재능을 단기적 안목에서 이용할 줄만 알았을 뿐 그 재능이장기적으로 우리 지구에 미칠 영향까지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최초의 돌도끼가 만들어진 것은 대략 2백50만년전.도끼의 발명이야말로 자연이 인간을 얽매고 있던 줄을 끊어주는 인류사의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이 발명이 아니었다면 지금도 인간은자연의 힘에 운명을 내맡겨야 할 것이고 극단적 으로 표현해 이미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현대사회를 돌아보면 이제 그 도구 자체가 인간사회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으로 인간의 생과 사까지 지배하는 단계에 이르고 말았다.
문명의 이기로 불리던 여러 발명이 인류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저자들은 애초부터 기술은 두가지 상반된 면으로 인류에 작용했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도구가 발명될 때마다 자연에 대한 정복력은 더욱 커지고 사회에 더 많은 부를 안겨다 준 것이 사실이다.그런 한편으로는 인간을 자연과 더욱 멀어지게 하고 복잡한 계급조직을 불러왔으며 개인이 사회규범에 제약받는 정도가 더 심해 졌다.자연과의 투쟁이 강하게 요구되던 시대에는 인간 자신에 대한 자제력도강조되어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같은 것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이 자연과 멀어짐에 따라 인구증가나 환경오염같은여러 문제가 야기됐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들은 특히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부터 현대의 정보사회까지 새로운 도구가 소수 엘리트층에 의해 사회통제기구로 독점돼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시대를 불문하고 도구장이들의 지식은 항상 사회적 준거기준을강화했고 동시에 그 지식이 생산하는 과실을 독점한 소수 엘리트들을 대중과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 저자들은 도끼장이들의 재능이 무제한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소수 엘리트들이 장기적으로 치르게 될 피해는 염두에 두지 않은채 단기적 이익을 위해서만 그재능을 이용했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재능 자체는 우리 인간에게 해롭지 않지만 그 재능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자연관과 인간관이 바뀌게 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매번 새로운 도구를 받아들일 때마다 거의 무조건적으로 그 이전의 가치관은 내팽개쳐졌다.당시에는 우리 인간의 행태변화가 대수롭지 않고 그 도구가 충분히 가치있는 것으로 보였을지 모르지만 오랜 세월 누적되다 보면 엄청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지난 66년 미국 린든 존슨대통령의 제3세계 구호책을 예로 보자.당시 존슨은 기근에 시달리던 인도에 대해 신농법으로 평가받던 「그린혁명패키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원조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맞서 인도정부의 굴복을 받아냈다.
물론 그린혁명이 곡물생산량은 높였지만 환경개념이 희박했던 제3세계에 화학비료를 도입하게 함으로써 농토를 황폐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외에도 이 프로그램의 결과 세계 식량의 90%가 가축 8종.식물 15종에 의존하게 되었다.또 장래 대체식량을 개발할 유전자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기적 이익에 눈이 팔려 장기적 이익을 버린 좋은 예다.
저자들은 그러나 이런 문제를 야기하는 흐름을 바꿀 재능 역시인류가 이미 확보했다고 강조한다.이들은 컴퓨터기술의 발전에 큰기대를 걸고 있다.컴퓨터망의 발달로 전세계를 하나로 묶는 명실상부한 「거미망」이 구축되면 정보에의 총체적 접근이 가능해 예상되는 부작용을 사전에 예측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鄭命鎭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