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통산부 주도권다툼 대응 차질-美현지서 본 자동차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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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열흘간에 걸쳐 우여곡절을 거듭하며 마무리된 韓美간 자동차협상은 그 합의 내용과는 별개로 협상전략 미숙과 팀의 뒤늦은 구성등 협상준비나 진행과정에서 적지않은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제기. …먼저 거론되고 있는 것이 대표단의 구성과 부처간 협의문제.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협상은 지난 19일부터로 일정이 잡혔으나 수석대표는 협상팀이 미국으로 떠나기 불과 3일 전에야결정됐다는 후문.
더욱이 외무부와 통산부간에 수석대표 자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여 시간이 낭비되는 바람에 정작 본안에 대한 준비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쟁점을 풀어가는 전략에서도 미숙했다는 지적.
미국측이 가장 무게를 두었던 것은 자동차세율 문제.한국측은 그러나 『우선 쉬운 것부터 하자』는 미국측의 복선을 깐 제의에이끌려 형식승인,성능검사 면제기준,광고등을 차례로 각개격파당한채 마지막 자동차 세율에서 새로 시작해야하는 상 황을 맞았다는것. 한 관계자는 『애당초 핵심 쟁점인 자동차 세율부터 거론,「전부 아니면 전무(全無)」식으로 버텼다면 나머지 부속적인 사안들에 대한 양보는 안해도 됐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협상대표단이 재량권 부족으로 일일이 본부 훈령에 의존하는 바람에 회담을 질질끌게 하는 요인이 됐다고.
가장 논란이 됐던 자동차 세율과 관련,3천㏄ 이상에 대해 현행 6백30원을 3백70원으로 절반 가까이 깎아 내리는 과정에서 『협상 대표단은 독자적으로는 단 10원도 손댈 수 없을 정도여서 시종 끌려다니는 입장을 면키 어려웠다』고 또다른 관계자는 전언.
…통상문제를 정치논리로 풀어가려는 고질적인 구습과 주무부처측의 매끄럽지 못한 대응도 문제로 드러났다.
지난달 4일 美자동차제조업자협회(AAMA)가 美정부에 슈퍼 301조의 발동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을때 한국측은 당시 개각문제에 휘말려 즉각적으로 대책팀을 구성하지 못한데 이어 이번에도 10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유엔 연설을 위한 방미(訪美),내년의 총선등 한국내 정치적인 이슈들이 협상 타결과정에적지 않은 부담을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다른 소식통은 『협상을 앞두고 한국측이 자동차 5백만대 생산계획을 발표,미국측에 불필요한 경계심을 유발시킨 것이라든가,협상이 진행되는 도중 한국측 고위관계자가 서울에서 「협상은 꼭타결시킬 것」이라고 강조한 사실등을 미국측이 모 두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국측의 서투른 대응을 꼬집기도.
[워싱턴=金容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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