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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견>지금은 가로쓰기 시대-한글학계 반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中央日報가 오는 10월9일 한글날부터 전면 가로쓰기를 시행하기로 한 데 대한 한글학계의 반응은 『잘한 결정』이란 한목소리로 집약된다.「한글문화단체 모두모임」사무총장이자 한글 글씨꼴모임회장인 문제안(前 원광대교수)씨는 『조금 과장하 자면 혁명적결정』이라며 반기고 있고 송 민 국립국어연구원장도 『한글 주체화를 선언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한글학회.외솔회등 42개 한글관련 문화단체들이 88년 「한글문화단체 모두모임」명의로한국신문협회.기자협회등에 『정보화사 회등을 들어 신문계가 한글로만 가로쓰기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하는 건의서를 보낸 이래그간 신문의 가로쓰기화를 촉구해온 점에 비춰 본다면 당연한 평가라고 하겠다.
허웅(연세대 석좌교수)한『한글 주체화를 선언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글학회.외솔회등 42개 한글관련 문화단체들이 88년 「한글문화단체 모두모임」명의로 한국신문협회.기자협회등에 『정보화사회등을 들어 신문계가 한글로만 가로쓰기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하는 건의서를 보낸 이래 그간 신문의 가로쓰기화를 촉구해온 점에 비춰 본다면 당연한 평가라고 하겠다.
허웅(연세대 석좌교수)한글학회장은 나아가 『세로쓰기 책은 눈을 씻고 찾아보려해도 힘든 형편에 비춰 신문의 가로쓰기는 오히려 늦은감이 있다』고 지적했다.가로쓰기는 이미 논란의 여지가 없는 대세라는 얘기다.실제 해방 직후부터 가로쓰기 를 해온 각급학교 교과서를 비롯해 요즘은 각종 잡지.단행본이 온통 가로쓰기판이어서 세로쓰기 책은 희귀본이 될 정도다.
뿐만 아니라 신문계에서도 어린이신문.스포츠신문은 가로쓰기를 채택한지 오래됐고,종합일간지들도 이미 가로쓰기면을 상당 부분 혼용하고 있는 상태.
정재도 전 한글학회편찬위원(한국땅이름학회 명예회장)은 신문의가로쓰기화 지연과 관련해 구체적인 기억을 갖고 있다.
『노산 이은상(李殷相)선생이 사장이던 호남신문이 47년 8월15일부터 6.25로 도기관지로 변신하기까지 3년간 국내 일간지로는 최초로 전면 가로쓰기체제로 발행됐었는데 이후 신문계는 가로쓰기에 관한한 40년이 넘도록 제자■걸음을 해 온 셈』이라고 했다.
정 명예회장은 『노산은 당시 신문이 농민들의 교과서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 많은 독자들이 읽을 수 있도록 가로쓰기 신문을 발행했다』면서 『당시에도 자체조사로는 가로쓰기에 찬성하는 독자들이 절반을 넘었다』고 기억했다.
물론 종합일간지들도 방송프로그램이나 도표등을 가로쓰기한 데 이어 83년을 고비로 체육.문화면엔 가로쓰기를 하는등 변신노력를 계속해왔으나 그 속도가 늦었던 것은 사실.
이에 대해 송 국어연구원장은 『시대의 변화보다는 의식전환이 느린 법』이라면서 『일제시대부터 지속된 신문의 세로쓰기체제.설비.기술을 하루아침에 바꾸기 어렵다는 실제적인 이유와 신문구독에 관한 결정권을 가진 장년층이 세로쓰기가 눈에 익은 세대라는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글학계가 신문의 가로쓰기를 반기는 이유는 이런 단순한 대세론만이 아니라 좀더 구체적이고 실용적이다.
우선 정보화사회의 흐름에 가로쓰기가 훨씬 적응하기 쉽다는 점이다.정보화의 총아인 컴퓨터 자체가 가로쓰기체제를 취하고 있다. 송 원장은 『가로쓰기에선 130이라 써도 될 것을 세로쓰기에선 1백30으로 써야 하는등 숫자.로마자는 세로쓰기 지면을 더 차지하면서 읽는데 걸림돌로 작용했었다』고 예를 들며 『이때문에 일본에서도 영어사전류엔 가로쓰기를 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가로쓰기가 쓰기 편하고 같은 지면에 정보량도 더 많이 담을 수 있으며 정보화에도 적합하다는 얘기다.이 때문인지 학계에선 국.한문혼용과 한글전용을 둘러싼 문제는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았으나 국.한문혼용론자들도 세로쓰기를 고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글학계는 中央日報의 전면 가로쓰기와 관련해 『논의의 여지가 없는 결단』이라면서도 주문을 잊지 않았다.
한글문화단체 모두모임 문사무총장은 『가독률을 더욱 높이기 위해 신문사 자체적으로 다양한 글자꼴 개발에 힘써달라』고 주문했다. 〈金成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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