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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韓·伊 국민, 음악 사랑이 닮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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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과 이탈리아 국민은 음악을 사랑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양국 수교 120주년을 맞아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한국에서 공연키로 한 것도 그래서죠."

루이지노 제킨(61) 주한(駐韓) 이탈리아 문화원장은 "아시아 국가 중엔 한국과 일본에서 오페라의 인기가 가장 높다"면서 "보는 사람을 일심동체로 만드는 오페라의 힘을 빌려 한국-이탈리아 국민 간의 이해가 더 깊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열렬한 오페라 팬임을 자처하는 그는 "매일 아침 면도하며 찬물이 손에 닿을 때마다 푸치니의 또 다른 오페라 '라보엠'의 아리아 '그대의 찬손'을 부른다"고 재치있게 애창곡을 소개하기도 했다.

문화원의 후원으로 다음달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선보이는 '나비부인'은 이탈리아 푸치니재단이 '나비부인' 초연 100주년을 맞아 마련한 5개국 순회공연 중 첫 순서다. 문화원은 이 밖에도 이탈리아 각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로마 제국 시대의 귀금속을 공개하는 대규모 전시회를 여는가 하면, 'Hi! 서울 페스티벌' 기간에 이탈리아 유명 디자이너들의 패션쇼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할 예정이다.

지난해 4월 한국에 부임한 제킨 원장은 베네치아 출신으로 10년간 고등학교 불어 교사로 재직하다가 외교관으로 변신, 베네수엘라.프랑스.루마니아.핀란드.미국 등에서 이탈리아 문화를 알려왔다. 한국에 온 뒤엔 '이탈리아 대표 만화가 19인 초청전''이탈리아 무성영화제'등을 주최한 바 있다.

"이탈리아라고 하면 다들 과거의 문화만 떠올리는 게 안타까워요. 이탈리아인의 예술혼은 현대 미술.음악 분야에서도 변함없이 발휘되고 있거든요."

제킨 원장은 앞으로 한국엔 생소한 이탈리아 현대 문화를 소개하는 일에 힘쓰겠다고 했다. 오는 27일부터 4월 9일까지 마시모 카탈라니(서울 청담동 갤러리피시), 6월엔 산드로 산나(국립중앙도서관 전시실) 등 동시대 화가들의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도 그런 차원에서다.

한국을 '온국민이 열심히 일하는 나라' '첨단 기술이 발달한 국가'로 알고 있었다는 제킨 원장은 "서울에 오기 얼마 전 로마에서 '취화선' 등 영화 두세 편을 본 뒤 한국 문화의 우수성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독신인 그는 서울살이 1년을 돌아보며 "서울은 외국인이 모국의 음식과 생활방식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한국적 문화를 즐기기에 불편함이 없는 국제도시"라고 평했다.

글=신예리,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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