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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공기업, CEO 대안 없다고 기존 인물 연임 관행은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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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포스코는 요즘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포스코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CEO후보추천위원회의 권고 때문이다. 추천위원회는 지난해 2월 이구택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면서 오너 없는 기업인 만큼 CEO 교체 이후 경영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투명한 승계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요구했다. 또 “단지 ‘대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CEO가 연임하는 폐단도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사협회도 이같이 주인 없는 공기업들의 CEO 선임 풍토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21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열릴 ‘경영권 승계,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통해 주인 없는 기업들의 잘못된 CEO 선임 문제를 따지기로 했다. 포스코와 KT·KT&G·국민은행 4개 기업의 CEO 선임과 연임에 대해 분석하고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다. 학계·재계가 공기업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따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은 기업 내부 문제라는 이유로 누구도 공론화하지 않았다.

이사협회는 이날 세미나에서 ^지분도 없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정부 ^CEO를 선임하는 사외이사를 사실상 CEO가 뽑아 빚어지는 양측의 은밀한 공생관계 ^경영진과 노조가 결탁해 경영성과와 무관하게 선임하는 문제 등을 지적할 방침이다.

이사협회의 박상용(연세대 경영학과) 회장은 “민영화된 공기업들이 CEO 선임과 연임 때 정치권·정부 등으로부터 받는 유·무언의 압력이 경영권 승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살펴볼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도 변칙적인 요소가 끼어드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이를 공론화해 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에 나설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의 박종훈 교수는 투명성만 강조하는 공기업의 부작용도 함께 지적할 방침이다.

박 교수는 “CEO 선임 권한이 있는 사외이사들이 지나치게 경영진을 견제하려다 보니 CEO들이 회사 발전을 위한 장기투자 결정을 못한다”며 “경영을 잘 하고 있다면 20년도 할 수 있어야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는 최고 6년에 그치다 보니 누가 취임해도 결국 B학점만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계속 A학점을 받다가 한번 투자를 실패해 C학점으로 평가 받으면 연임에 실패하다 보니 안전하게 B학점만 받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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