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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남산34년>4.8代부장 김재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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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박정희(朴正熙)대통령의 유신체제를 떠받친 최대지주는 정보부였다.보안사는 軍이었고 경찰은 완전공개조직이어서 한계가 있었다.
70년대의 정보부는 나라 안으로는 긴급조치 유지를 위한 악역을,밖으로는 대미(對美) 로비외교의 배후기관으로 군 림했다.황폐해질대로 황폐해진 정보부는 결국 79년 10.26이라는 반역으로 터져버리고 만다.그 반역의 주인공은 8대 김재규(金載圭)부장이다. 하늘은 박정희와 함께 김재규를 내었다던가.둘은 경북선산이 고향이고 일군(日軍)과 교사경력이 있다.똑같이 육사2기인데다 군에서 추방됐다가 복직한 경험을 공유한다.18번도 「으악새 슬피우니…」였다고 한다.
신직수(申稙秀)7대부장이 76년12월 코리아게이트사건의 파문으로 물러난후 김재규가 정보부장이 됐다.
그는 朴대통령의 보위에 충실했다.적어도 10.26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랬다.金부장은 朴대통령의 命을 받아 78년12월 JP(김종필)계를 사정없이 치기도 했다.그는 JP 측근 김진봉(金振鳳)유정회의원(現명지대교수)을 남산으로 잡아다 가 이렇게 을렀다. 『金의원,JP에게 이 말을 전하쇼.옛말에 대권에 도전하면 3족을 멸한다고 했잖아.나 김재규는 정권안보를 담당하는 정보부장이야.누구든지 대권에 흑심을 품으면 가만두지 않겠어.이승만(李承晩)박사는 83세까지 대통령을 하셨지 않은가.각 하 나이가 이제 만으로 60밖에 안됐어.내가 엊저녁에 각하와 술을마셨는데 아직까지도 조니워커 한 병을 다 비우고도 끄떡없으시더라고.각하도 앞으로 20년은 더 할 수 있어.』 金부장의 말은그러나 마지막 신음같은 것이었다.70년대 중반부터 정보부는 서서히 벼랑 끝으로 내달렸다.긴급조치의 실천부대였던 정보부는 아무리 눌러도 살아 올라오는 反유신의 에너지를 막느라 젖먹던 힘까지 내야했다.
정보부는 내분과 배반에도 시달려야했다.76년10월부터 대미로비파문인 박동선(朴東宣)사건이 터졌고 11월에는 워싱턴의 정보부요원 김상근이 미국으로 망명했다.김재규는 미국으로 도망간 김형욱이 유신정권에 칼을 겨누는 회고록을 내지 못하 도록 공작을했으나 헛수고였다.
김재규는 안에서도 수난이 겹쳤다.차지철(車智澈)경호실장에게 권한을 많이 빼앗겼고 야당공작에도 실패했다.대표적으로 그는 79년5월 신민당전당대회때 이철승(李哲承)씨를 밀었으나 결과는 김영삼(金泳三)총재로 나타났다.
5대부장 출신으로 79년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김계원(金桂元)씨는 『정보부의 위상이 뒤틀릴대로 뒤틀려있었다』며 이렇게 증언한다. 『김재규부장은 이런 불평을 했어요.「형님,요새는 각하께보고드리러 가면 차지철이가 먼저 보고하고 있어요.집무실 밖에서30분이나 기다려야돼요.차지철이가 나온 뒤에 들어가 각하께 말씀드리면 각하 표정이 시큰둥하세요.다 아는 얘기를 왜 반복하느냐는 식이에요」라는 거예요.金부장은 그런 車실장 때문에 무척 속을 태우다 끝내 일을 저절렀지요.』 79년 10.26 다음날남산.이문동의 부서장급 20여명은 육본 B2벙커로 호출되어 갔다가 대부분 보안사의 서빙고 분실로 끌려갔다.이 일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20년 가까이 권세를 누리던 정보부는 보안사를 주축으로한 신군부에 사 실상 접수됐다.
80년4월에는 전두환(全斗煥)보안사령관이 정보부장서리까지 차지했다.63년의 인사과장이 정보부의 수장(首長)이 된 것이다.
신군부는 이종찬(李鍾贊)총무국장.김용갑(金容甲)감찰실장.부국장3명등 5명으로 제도및 인사개선위원회를 구성해 정보부 수술에 들어갔다.방만했던 局이 통폐합돼 대폭 줄어들었다.이 여파로 6월엔 본부국장.지부장급 33명을 포함해 3백명이 숙정됐다.
80년11월께 정보부는 사실상 폐지되는 운명에 처할 뻔도 했다고 한다.전직 안기부 고위관계자 K씨의 증언.
『이학봉(李鶴捧)청와대민정수석이 검찰.경찰.보안사 간부들과 팀을 만들어 정보부의 장래를 연구했는데 주요 수사기능을 검찰과경찰로 넘기는등 정보부가 거의 사라질 운명에 처하게 됐지요.유학성(兪學聖)부장과 김용갑기조실장은 급히 작전을 썼어요.스스로개혁안을 만든 거지요.정보부는 우선 이름을 바꾸겠다는 구상을 전두환대통령에게 밝혔지요.정보부의 朴대통령 시해를 괘씸하게 생각하고 있던 全대통령은 「복지부」라는 색깔없고 힘빠진 이름을 제시했어요.兪.金팀은 全대통령에게 국가안전기획부라는 새 이름과안기부법을 건의해 고사직전의 정보부를 살렸습니다.』 〈金 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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