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화속 방치된 한국왜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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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른바 세계화란 우리가 세계로 뻗어나가자는 의지의 표명이면서세계속에 한국을 알리는 작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할 국가적 사업이다.세계속에 한국을 제대로 알리자면 1차적으로 그 나라 교과서에 한국 사정을 정확하게 수록해야 한다.어려서 배운 교과서에서 한번 잘못 각인되면 그 기억은 뇌리에 오래 남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국감자료로 제출한 왜곡사례를 보자.멀지도 않은 중국이고 국교까지 정상화되었건만 초.중등교과서엔 김일성(金日成)의항일무장투쟁만 부각시키고,우리 고유문자인 훈민정음을 중국어와의결합물로 서술하며,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 다.일본 교과서엔 고려와 조선이 중국 원(元).명(明).청(淸)의 속국임을 강조하고 있다.종군위안부나 일본의 조선침략 같은 부분은 제외하고라도 기초적인 역사사실마저 잘못 기록하고 있다.
88올림픽을 치르면서 한국 왜곡에 대한 사례를 삼성물산같은 기업이 제기하기도 했고,언론에서도 그 시정을 수없이 촉구했다.
그런데도 여지껏 고쳐지지 않은 부문이 이토록 심각하다면 그동안정부가 직무유기 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교육부의 국회답변을 들으면 더욱 가관이다.일본에는 「국제교육정보센터」가 있으니 우리도 전문기관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전문기관이 없어 지금껏 방치된 것인가.국사편찬위원회는 무엇을 하는 곳이고,중요국가 마다 파견되는 해외파견 교육관 은 그동안 무엇을 했던가.
사건만 생기면 외청을 만들고 자리만 늘려 노후보장이나 생각하는 이런 발상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교과서 왜곡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도 「센터」만 만들면 해결될 일인가.중요한 것은 잘못된 내용을 시정하려는 정부의 의지고,이를 실천할 공직자들의 사명감이다.의지와 사명감만 있다면 교육부와 외무부및 재외공관이 협력해 무엇이 잘못됐고,사실은 이렇다는 시정요구를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직자들의 나태와 무사안일로 외국교과서의 한국 왜곡이 더 이상 방치되지 않도록 교육부와 외무부는 긴밀한 협조아래 시정작업을 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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