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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찾은 中 작곡가 탄 둔 "내 음악에 물 들었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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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물의 음향적·시각적 요소를 작품에 도입한 작곡가 탄둔. [조용철 기자]

'와호장룡(臥虎藏龍)'으로 2001년 아카데미 영화음악상을 받은 중국 태생의 작곡가 탄둔(譚盾.47)이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오는 26일 통영국제음악제와 28일 LG아트센터에서 자신의'워터 패션(Water Passion)'을 지휘하기 위해서다.

탄둔은 중국 윈난(雲南)성 쓰마오(思茅)태생으로 문화혁명 직후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음악학교에 입학한 '포스트 문혁'세대의 대표 주자다.

클래식과 영화음악,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멀티미디어로 작업하는 작곡가 겸 지휘자다. 세계의 유명 악단들이 그의 작품을 앞다퉈 초연해오고 있다.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존경하는 윤이상 선생의 고향을 방문하게 돼 기쁘다"며 "인터뷰가 끝난 뒤 덕수궁.창덕궁을 둘러 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이상 선생은 언제 처음 만났나.

"1977년 베이징(北京) 중앙음악학교가 다시 문을 연 다음 한스 베르너 헨체.다케미쓰 도루.조지 크럼 등 세계적인 작곡가들이 와서 특강을 했다. 79년 윤선생이 다녀가시면서 '작곡가들이 동양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용기를 북돋워 주셨다."

-문화혁명 때 어떻게 지냈나.

"많은 음악가가 집단농장으로 끌려갔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극단(京劇團)을 태운 배가 뒤집혀 모두 익사하는 바람에 내가 바이올리니스트 겸 편곡자로 발탁됐다. 호미와 낫 대신 악기를 잡을 수 있었던 것만 해도 큰 행운이었다. 문혁이 끝난 뒤에도 짧은 기간이었지만 83년에 내 작품이 중국서 연주.방송 금지된 적도 있었다. 그때 처음 접한 바흐 음악은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주는 '영혼의 치료제'였다."

-오페라.영화음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젊은 세대들은 영상 문화에 젖어있다. 그동안 시각적 요소가 음악 감상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현대 작곡가에겐 시각적 상상력이 매우 중요하다."

-'워터 패션'을 소개해 달라.

"바흐의 '마태 수난곡(受難曲)'을 동양적으로 재해석한 바흐 250주기 기념작이다. 합창과 기악에 연극.영상의 요소를 도입한 일종의 멀티미디어 공연이다. 물소리를 음악에 포함시켰다. 어릴 때 강물에서 살다시피해 물소리에 대한 추억이 많다. 물은 생명.재생.정화.풍요.재창조.부활.혁명 등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탄둔의 대표작은 96년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초연된 오페라'마르코 폴로', 97년 홍콩 반환식에서 초연한 교향곡'천지인(天地人)', 지난해 LA 디즈니 콘서트홀 개막공연에서 초연된 '종이 악기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인벤션'등. 2007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그의 신작 오페라'진시황(秦始皇)'을 초연할 예정이다.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역으로 출연하고 '영웅'에서 함께 작업한 영화감독 장이머우가 연출을 맡는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lully@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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