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스티나와 함께하는 모녀의 행복스토리 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늘도 엄마는 여기저기 벗겨지고 흉터투성이인 냄비로 마술을 부린다. 마술지팡이 대신 국자를, 콧기름 대신 가족사랑을 넣어 훌륭한 마술을 선보인다. 우리 가족은 그 마술에 매일 감탄하며 엄마의 냄비를 마술상자라 부르곤 한다. 이렇듯 우리가족은 엄마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얘기 나누는 시간을 가장 행복해 했고, 세상에서 가장 값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내 마음 한구석은 아련히 아파왔다.
   우리 집은 아빠의 월급으로 매달 빠듯하게 살림을 꾸려나가는 지극히 평범한 가정이다. 엄마는 갖고 싶은 물건을 사기까지 수백 번 고민해야 했고, 혼수로 장만해온 냄비를 30년 동안이나 썼다. 냄비 바닥은 그을릴 대로 그을리고 상처투성이가 됐지만 엄마는 오랜 세월을 함께한 이 냄비가 더 애착이 간다는 말로 새 것을 마다한다.
   볼품없이 망가진 엄마의 냄비는 나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준다. 고3 수험생 시절, 성적이 오르지 않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다. 엄마는 낡은 냄비로 도시락 반찬을 만들어 마음을 전했고, 난 빨리 성공해서 번쩍이는 새 냄비를 엄마에게 선물해야겠다고 다짐하며 힘을 냈다.
   그로부터 7년이 흐른 지금, 새 냄비는커녕 엄마의 낡은 냄비로 만든 도시락을 먹으며 고시 준비를 하고 있다. 고시에 합격하면 가장 먼저 냄비를 선물하겠다는 나의 약속에 엄마는 환한 웃음을 지었건만 결국 불합격의 소식만을 전하게 됐다.
   엄마는 실망한 모습을 애써 감추며 오히려 나를 위로했다. 오늘도 낡은 냄비로 못난 딸의 도시락을 만들고 있는 우리 엄마. 언제쯤 엄마에게 멋진 새 냄비를 선물할 수 있을까. 새 냄비 대신 못난 딸의 사랑이 듬뿍 담긴 저녁상이라도 선물해 드려야겠다.

- 손승남 (26·서울시 강동구 길동)

행복한 밥상 메뉴_드라이 토마토·양송이 봉골레 스파게티

::: 재료
스파게티 160g, 모시조개 260g, 양송이 3개, 페페로치니(이탈리아 작은 고추) 3개, 마늘 3개, 베이컨 2줄, 드라이 토마토 1개, 파슬리가루·파마산치즈·올리브오일·화이트 와인·후추 조금

::: 만드는 법
1. 양송이와 마늘은 통썰기를 하고 드라이 토마토는 채썰기를 한다.
2. 베이컨은 0.5mm두께로 썰어주고 페페로치니는 안의 씨를 제거 한 후 작게 잘라둔다.
3.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른 후 마늘-베이컨 순으로 볶은 뒤, 페페로치니 고추를 넣어 매운 향을 낸다.
4. 해감 한 모시조개를 프라이팬에 넣고 뚜껑을 덮어 조개 입이 벌어 질때까지 흔들어 주며 익힌 후, 화이트 와인을 넣어 비린내를 제거 해준다.

5. 양송이와 드라이 토마토를 넣어 함께 볶고 파마산 치즈가루를 넣어 풍미를 더한다.
6. 삶은 파스타면을 프라이팬에 넣고, 후추가루와 파슬리가루를 넣어 버무려 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