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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전면 가로쓰기 앞으로 11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정보수집기관으로 눈의 위치는 절대적이다.각막을 통과한 빛이 시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돼 사물을 인식하는 시간은 0.002초.안구를 사방으로 움직이는 정교한 근육과 1억3천만개 감광세포로 구성된 초고감도 필름인 망막,그리고 수천만 가 닥의 전기회로가 이 찰나와도 같은 시간에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인간 생존에필요한 정보수집 작업을 벌인다.
中央日報의 가로쓰기에 대해 즉각적으로 환영의 뜻을 보이는 그룹의 하나는 안과의사들이다.눈의 해부학적 구조나 생리적 기능이가로쓰기에 쉽게 적응토록 돼있는 사실에 비춰보면 오히려 늦은 감마저 든다는 것이다.
故 공병우박사는 평생 한자이름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한글사용과가로쓰기에 평생을 바친 안과의사다.그의 아들이면서 현재 안과전문의인 공영태박사는 글자의 배열을 교통질서에 비유한다.원칙없이가로쓰기와 세로쓰기를 혼용하는 것은 우측통행과 좌측통행을 제멋대로 병행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화의 혼란을 가져온다는 것이다.어릴 때부터 가로배열에 익숙한 어린이들이 신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
그러나 무엇보다 가로배열의 안과적 당위성은 눈의 구조에 있다. 우선 눈의 위치가 상하가 아닌 수평으로 배열돼 있어 가로작업에 더 적합하다.눈으로 외부세계를 볼 수 있는 시야(視野)는상하보다 좌우로 훨씬 많은 범위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의대 안과 이진학(李鎭學)교수는 『얼굴의 구조를 보면 눈 양옆으로는 장애물이 없는 반면 아래.위로는 눈꺼풀.코등이 가려 시야가 좁다』며 『이같은 구조는 눈의 작업량및 능률성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했다.가로배열에서 눈에 들어오는 문장의 길이가 세로배열 때보다 더 길어 독서능력을 더욱 높일 수있다는 것.
글자의 가로배열과 가장 관련이 깊은 눈의 구조는 눈동자의 움직임이다.
눈동자는 상하좌우 다양한 각도로 돌아가며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는데 실제로는 눈동자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안구 전체가 지구의처럼 눈뼈 안에서 빙글빙글 도는 것이다.
따라서 안구를 상하로 움직이게 하는 상.하직근(直筋),좌우운동을 돕는 내.외직근,여러 각도의 회전을 가능케하는 상.하사근(斜筋)등 6개 근육이 안구를 붙들고 이리저리 돌리게 된다.
고려대의대 안과 조윤애(趙潤愛)교수는 『눈을 움직이는 근육중에서 가장 견인력이 강하고 두터우며 안구를 붙들고 있는 면적이넓은 근육은 역시 내.외직근』이라며 『따라서 이 근육이 일상생활에서 활동도 가장 많고 피로도 덜 느끼는 것으 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가로로 배열된 활자를 읽는 것이 편할 뿐만 아니라 피로도가 높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세대의대 안과 한승한(韓昇翰)교수는 안구의 운동을 크게▲신속(迅速)운동▲추종(追從)운동▲전정(前庭)반사운동으로 설명한다. 신속운동은 순간을 포착하는 기능.폭탄이 터지는 것을 무의식적인 상황에서 피할 수 있는 것은 눈알이 1초에 2백~3백도 회전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
그러나 글을 읽는 것은 신속운동보다는 눈알의 추종운동,즉 따라보기로 가능하다.
이같은 추종운동의 특징은 세로배열보다 가로배열에서 훨씬 더 효율성을 발휘한다는 점이다.이는 내.외직근의 상대적 강도,시야의 차이등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韓교수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전정반사운동은 머리를 돌려도 눈은 정면을 향하는 기능이다.보통 책을 읽을 때는 고개도 조금 움직이게 되는데 이때 머리의 방향과는 상관없이 눈은 활자를 계속 맞춰 나간다는 것.이 경우에도 눈의 상하 움직임보다 좌우의 운동 이 월등히 편한데 이는 목의 운동범위와 관계가 있다.한 조사에 따르면 20~30대 정상 성인의 목뼈는 아래.위의 운동폭이 1백47도,좌우 폭은 1백59도로 나타나고 있다.가로쓰기의 당위성은 목의운동범위에서도 나름대로 설득력을 가지 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이론적 근거는 서울대의대 안과학교실이 조사한 『우리말의 가로읽기와 세로읽기의 속도에 관해』라는 논문에서 입증된다.
가로 10자,세로 10자씩 배열한 설문지를 국민학생에서 대학생까지 읽히고 읽는 속도를 조사한 결과 전체 조사군에서 가로읽기가 세로읽기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高鍾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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