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감량바람 거세도 중간관리층 건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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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기업계에서는 수년간 과도한 행정관리직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 감량경영과 리엔지니어링의 찬바람이 불었다.그러나 중간관리층이 몰락한다는 보도는 상당히 과장됐음이 드러나고 있다.
고용기회보장위원회(EEOC)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관리직 일자리는 지난 90년이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업원 1백명당 관리자수도 지난 90년 11.83명에서 현재는 11.17명으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중간관리자의 대학살」이라는 언론보도와는 거리가 멀다.
美노동통계국의 표본조사에 따르면 임원.간부직.행정사무직등 관리직 범주에 드는 자리는 83~93년간 28.8% 증가했다.
美MIT大의 폴 오스터먼교수는 『리스트럭처링이 중간관리층의 감소를 가져올지는 모르지만 전체 노동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졌다』고 지적한다.
최근 수년간 수만명의 중간관리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남아있는관리자들조차 승진기회가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또다른 경제적인 힘이 이같은 손실을 상쇄하고 전에 없던 새로운 관리업무를 창출하고 있다.
기업조직의 「계층파괴」는 관리직 업무를 분산시켜 일반종업원들에게도 관리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제록스社의 패트리셔 나제메츠 후생부장은 『리엔지니어링의 실체는 많은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관리직으로 승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고위 경영진의 담당범위가 넓어지는 것과 함께 권한의 하부이양으로 일반사원들의 재량권이 확대되는 것이다.
때로는 시장의 변화가 새로운 관리자를 요구한다.건강관리업이나보험업등에선 단순한 판매업무가 고객관리업무로 바뀌고 현업종사자들이 관련분야의 관리자로 승격하기도 한다.
40~50대가 된 베이비붐 세대를 승진시키느라 관리직이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지만 더 중요한 요인은 전체 노동인력 가운데 화이트칼라 직종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화이트칼라 직종은 공장근로자 그룹에 비해 더 많은 관리직을 배출하고,화이트칼라 직종 자체가 복잡해지면서 이에 필요한 관리자 수도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시스템기획.기술용역업.신기술업종의 경우 정보기술 분야의중간 관리직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또 정보통신.건강관리 업종에서도 관리직 고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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