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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명에 대학이름 사용’ 놓고 잡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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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수도권전철 천안~아산 구간이 올해 말 개통을 앞두고 역사(驛舍) 건설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역명 제정을 놓고 대학·자치단체~코레일(옛 철도공사)간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다. 천안 쌍용동에 건설 중인 역사 뒤로 나사렛대가 보인다. 이 곳은 아직 역명을 결정하지 못했다.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달 30일 충남 아산시 신창면 수도권 전철 신창역 공사 현장. 올해 말로 예정된 수도권 전철 천안~아산구간 개통을 앞두고 역사(驛舍)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역명(驛名) 제정을 놓고 코레일(옛 한국철도공사)과 대학·지방자치단체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수도권 전철 연장결정 이후 천안·아산지역 대학들이 신설·이설되는 역에 대학 명을 붙이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하지만 코레일 측이 “대학 명 사용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자칫 법정싸움까지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학·자치단체 ‘사용 필요하다’=충남 아산의 순천향대는 역명 제정을 앞두고 가장 발 빠르게 움직였다. 2006년 역명 제정 당시 ‘신창역’이냐 ‘신창순천향대역’이냐는 논란이 계속됐지만 아산시 지명위원회에 당위성을 설명하고 역명을 ‘신창순천향대’로 결정하도록 이끌어냈다. 아산시는 이를 코레일에 전달했다.

나사렛대도 쌍용역이 ‘쌍용나사렛대역’으로 결정될 경우 대학홍보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쳤다. 이 대학 총학생회는 지난 달 1일 성명을 내고 역명 대학명칭 사용을요구했다. 천안시 지명위원회도 3월28일 봉명동과 쌍용동에 신설되는 역명과 관련해 ‘봉명순천향대병원역’ ‘봉명역’ ‘쌍용나사렛대역’ ‘쌍용역(나사렛대)’ 등 복수 안을 코레일에 제출했다.

그러나 코레일 측이 ‘역명 병기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대학 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순천향대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지명위원회를 거쳐 결정된 역명을 재검토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대학들은 코레일을 상대로 행정소송 등 법정대응도 검토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자치단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아산시 토지행정과 관계자는 “코레일이 ‘신창순천향대역’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달해와 역명 제정이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역명을 다시 정하라는 것은 주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명위원회를 다시 열겠지만 주민들이 ‘신창순천향대역’을 선호하면 그대로 제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천안시 관계자도 “복수 안을 올렸지만 명칭을 놓고 이해관계가 첨예해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일부 주민들은 지명위원회가 결정한 사안을 코레일이 좌지우지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시각도 많다”고 말했다.

◇코레일 ‘대학 명 사용불가’=코레일 측은 ‘대학 명 사용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을 제외하고 수도권 전철역 중 대학이름이 들어 있는 역은 4~5개에 불과한데다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해 특정 대학의 이름을 역명에 넣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광역계획팀 관계자는 “대학 명을 역명에 넣지 않기로 원칙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원칙이 세워졌는데 2~3개 대학의 이름만 넣는다면 앞으로도 비슷한 요구가 계속될 것”이라며 “늦어도 다음 달 말까지 각 자치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역명을 결정한 뒤 국토해양부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역명을 병기하려면 3000만 원의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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