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껄끄러운 중국 - 교황청, 모차르트 선율로 풀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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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중국 정부가 로마 교황청을 상대로 ‘음악 외교’를 펼친다. 미국 뉴욕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에 견줄 만한 행사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4일 “중국 관영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7일(현지시간) 로마 교황청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위한 공연을 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필하모닉의 바티칸 공연은 유럽 3개 도시 순회 공연(7~9일)의 일환이다.

이번 공연은 바오로 6세 감상실에서 열린다. 중국 필하모닉은 교황이 모차르트의 팬이라는 점을 고려해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첫 곡으로 골랐다. 대신 마지막 곡은 중국 민요인 ‘재스민 꽃’으로 정했다. 상하이(上海) 오페라 하우스의 합창단이 협연할 예정이다. 중국 필하모닉은 공연을 위해 4일 베이징(北京)을 출발했다.

중국 필하모닉의 지휘자 위룽(余隆·44)은 3일 차이나 데일리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 공연은 중국 측이 추진했으며, 신속하게 성사됐다”고 밝혔다. 상하이 태생으로 독일에서 음악교육을 받은 위룽은 “2004년 로마에서 공연한 적이 있지만 우리 악단이 교황청에서 연주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1971년 미국 탁구선수들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중·미 수교의 물꼬가 트였다”면서 “이번 공연은 핑퐁 외교에 견줄 만한 사안”이라고 풀이했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도 “음악은 국가와 종교·문화를 뛰어넘는 만국 공통어”라며 “이번 공연은 문화와 예술을 통한 인적 교류”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음악외교는 최근 티베트 사태와 올림픽 성화 봉송 과정에서 훼손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일 수 있다”고 정치 평론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공연 소식을 처음 전한 바티칸 라디오도 “음악이 사람과 문화를 연결해주는 매개체의 역할을 훌륭히 해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중국 필하모닉의 바티칸 공연이 올 2월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공연과 비교될 만하다”고 평가했다.

중국과 바티칸의 관계는 49년 중국에 공산 정권이 수립된 후 급속히 냉각됐으며, 51년 외교관계마저 단절됐다. 특히 중국 주교들의 임명권을 누가 행사하는가를 둘러싸고 갈등을 겪었다. 중국 가톨릭은 공산당 정부를 지지하는 쪽과, 바티칸을 지지하는 지하 신도들로 양분된 상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적극적으로 반중 목소리를 내는 조셉 젠을 홍콩 주교로 임명하면서 긴장은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가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베네딕토 16세도 지난해 6월 55쪽에 걸친 공개 서한을 통해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모차르트의 레퀴엠=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미사 음악. 모차르트가 1791년 사망해 미완으로 남았다. 폰 발제그-스투파흐 백작이 죽은 아내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모차르트에게 작곡을 의뢰했다. 이 곡은 모차르트의 제자이며, 빈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였던 지스마이어가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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