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기쁨<60> 와인과 콩나물국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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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 35면

‘이것만 없으면 와인을 더 기분 좋게 마실 수 있을 텐데…’라는 절절한 아쉬움을 토로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 바로 ‘숙취’다. 와인 매니어에게 이 골칫거리 괴물을 어떻게 길들이는가는 진지하고도 중요한 과제다. 물론 우리 남매도 다양한 방법으로 이 강적과 맞서 싸우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숙취 대책법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사람마다 비법은 있다. 남동생이 주장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취한 상태에서 잠들지 않는 것”이다. 술에 취하면 그대로 쓰러져 자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데, 이렇게 되면 수면 중에 내장이 알코올을 분해하느라 쉬지 않고 활동하는 탓에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 결국 술 냄새가 진동하는 가운데 땀에 흠뻑 젖어 악몽과 함께 눈을 뜨곤 한다. 그래서 남동생은 와인을 마신 뒤 샤워를 하거나 차를 마시며 억지로 술기운을 몰아내고 잠자리에 든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이튿날 아침을 쾌적하게 맞이할 수 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아기 다다시 남매가 서울에서 열린 와인 테이스팅 행사에 참석해 건배하고 있다. 테이스팅에 참가할 경우 조금씩 여러 와인을 맛본다. 그래서 보통숙취를 피하기 위해 와인을 입 안에 머금었다가 내뱉는다.

그래서 나도 요즘엔 와인을 마시면 남동생처럼 알코올을 날려 보낸 뒤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한다. 물론 의식이 또렷할 때의 얘기지만. 그리고 오래전부터 와인을 마신 다음에는 일본의 주류 회사 ‘산토리’의 직원이 알려준 ‘세사민’을 먹는다. 특수기술을 이용해 한 알에 참깨 천 알을 담았다는 건강기능식품이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와인을 마시고 세사민을 먹으면 이튿날 아침에 느껴지는 상쾌함이 다르다(※세사민은 우리나라에 수입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와인 친구인 IT 기업 사장 후지타 스스무가 “이걸 마시고 자면 숙취가 전혀 없어요”라며 권하는 것은 일본 모 제약에서 만드는 경구 수분 보충액이다. 액체 건강기능식품 같은 음료수인데, ‘탈수 증세를 보일 때 마시면 효과적’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맛은 알칼리성 이온 음료와 비슷하다. 그러고 보니 “와인과 함께 알칼리성 이온 음료를 마시면 숙취가 생기지 않아”라고 주장하는 술친구도 있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혈중 알코올 농도가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인 듯하다. 알칼리성 이온 음료는 값도 싸고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으니 한번 시험해 볼 만하다.

얼마 전 서울에서 출판사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편집자가 숙취로 몹시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러자 여직원 한 명이 편의점에 가 “숙취에는 이게 좋아요”라며 한방 성분이 들어간 캔 주스를 사왔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숙취로 고생할 때 콩나물국을 먹어요. 콩나물 뿌리에 숙취 제거에 효과적인 성분이 들어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난생처음 들어 보는 유용한 정보였다. 앞으로 와인 모임이 있는 날에는 미리 콩나물국을 끓여 놔야겠다.

“하지만 와인으로 샤워할 정도로 잔뜩 마시면 무슨 수를 써도 숙취를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는 남동생. 옳은 말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과음하지 않는 것’보다 좋은 약은 없다. 과음하지 않는 것은 와인을 즐기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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