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태어난 중국인들 애국주의 전선에 나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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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바링허우(八零後:포스트 80년) 세대’.

중국에서 1980~89년에 태어나 올해 만 19~28세가 된 젊은 층이다.

티베트 사태와 서방 언론의 비판, 세계 곳곳에서 베이징(北京) 올림픽 성화 봉송 도중 발생한 각종 소동, 그리고 중국 안팎에서 중국인들의 신애국주의 운동이 거세게 벌어지면서 ‘바링허우 세대’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들이 신애국주의 운동의 주도 세력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누구이고, 왜 이런 성향을 갖고 있는가.

◇물질적 풍요 속에 성장한 외동=중국의 사회학자들은 ‘바링허우 세대’를 78년 덩샤오핑(鄧小平)이 주창한 개혁·개방의 분유를 먹고 자란 신인류라고 부른다. 유년기에서 청년기로 성장하는 동안 중국 경제가 해마다 10%씩 고도성장하면서 이 세대는 풍족하게 성장했다. 공교롭게도 80년대 초 중국 정부의 ‘한 자녀 낳기 정책’이 본격 시작됐다. 부모는 물론 친조부모와 외조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해 ‘421 신드롬(네 조부모, 두 부모가 한 자녀를 애지중지하는 세태를 풍자한 말)’까지 나왔다. 외아들·외동딸의 교육에 열성적인 부모 밑에서 유치원 때부터 영어·피아노·컴퓨터·바이올린을 배운 과외 열풍 세대이기도 하다. 이처럼 집집마다 받들어 키우다 보니 ‘온실에서 자란 응석받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씌워지기도 했다.

◇IT와 애국주의로 무장한 신세대=이들은 10대 중반 무렵부터 정보기술(IT)의 혜택을 받았다. 인터넷에 빠져들었고 휴대전화는 이들의 생활 방식을 바꿔놓았다. 중국 공산당이 94년 애국주의 교육을 시작하면서 특히 바링허우 세대에 집중했다. 문화혁명 때 10대 홍위병들이 마오쩌둥(毛澤東)의 어록을 외웠다면, 바링허우 세대는 애국심을 고취하는 책과 구호에 빠져들었다.

중국의 인터넷 포털 회사가 성화 지키기 운동을 시작하자 동참을 선언한 3000여 만 명 중 상당수가 바링허우 세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달 중국 유학생들이 파리에서 개최한 친중국 집회에서 “서방의 왜곡 보도 앞에 조국이 억울하게 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역설한 리환(李洹·26)은 바링허우 세대의 대표 인물로 떠올랐다. 이들은 베이징·칭화(淸華) 등 명문 대학에 재학하더라도, 군 입대를 선뜻 자원하고 있다. 졸업과 동시에 보장된 안정적인 직장을 마다하고 가난한 농촌의 촌장으로 일하겠다며 나서는 것도 애국심의 표현이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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