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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차 업계도 운다 … 경유값 뛰자 RV 판매 크게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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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주 평균 경유값은 L당 1624원. 휘발유 값(1705원)의 95% 수준이다. 상승세가 워낙 가팔라 휘발유값을 따라잡을 기세다. 치솟는 경유값에 시름이 깊어지는 건 소비자들만이 아니다. 자동차업계도 이로 인해 희비가 엇갈린다. 국내 자동차시장 판도도 달라지고 있다.

◇RV 울고=경유값이 올라 가장 울상짓는 곳은 레저용차량(RV) 시장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1분기에 전체 승용차 내수 판매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늘어났지만 RV는 7% 줄었다. 쏘렌토(-35.8%)·렉스턴(-24.8%)·투싼(-13%)·윈스톰(-26.2%) 등 주요 RV 모델은 1분기 신규 등록대수가 급감했다. QM5와 모하비가 지난해 말과 올 초에 새로 나왔지만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이들 신차도 판매가 점차 줄어드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디젤 RV 모델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쌍용자동차는 비상이 걸렸다. 1분기에 342억원의 적자를 낸 것. 힘겹게 흑자전환에 성공한 지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디젤차는 환경개선부담금도 내야 하는데, 경유값이 이렇게 오르면 누가 디젤차를 사려 하겠어요. 유가정책이 원망스럽네요.” 쌍용차 차기웅 과장의 말이다.

판매부진으로 재고가 늘면서 쌍용차 경기도 평택공장의 RV 생산라인은 가동과 중단을 반복한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올 2월까지 한시적으로 공장 문을 닫았던 조립 1라인(렉스턴·액티언 생산)은 지난달 이후에도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가동을 멈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런과 액티언스포츠를 만드는 조립 3라인도 사정이 비슷하다.

RV의 부진은 세계적 추세다. 고유가 탓이다. 북미시장의 1분기 RV 판매는 12.5% 줄었다. 유럽도 디젤 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판매가 9% 감소했다.

◇경차·대형차 웃고=기름값이 크게 오른 데다 1000cc로 경차 기준이 높아지면서 경차시장은 놀라운 성장세다. 기아자동차의 모닝은 1분기 신규등록 대수가 2만7000여 대에 달해 ‘1000cc 경차의 힘’을 보여줬다. 전년 동기의 세 배로 뛴 것이다. 모닝은 4월 중순 현재 미출고분이 3만여 대에 달한다. 조형주 대리는 “모닝의 인기가 꾸준해 지금 계약하면 출고까지 넉 달 기다려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형차도 꾸준하다. 부자들의 프리미엄 시장은 고유가 영향을 덜 받는 데다 신차효과가 가세한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제네시스는 2000여 대 정도 주문이 밀려 차를 받으려면 20일 정도 걸린다. 현대차는 4월 수출 물량을 5월로 미루면서 내수시장 공급 대수를 최대한 늘리고 있다. 쌍용차는 국내 유일의 1억원대 최고급세단 체어맨W를 앞세워 RV 시장의 부진을 만회하고자 한다. 체어맨W는 출시 두 달 만에 계약 대수가 5700여 대에 달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 지금 계약하면 두 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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