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환경권 보호 判例 주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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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근 법원에서 환경권 보호위주의 판결.결정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점점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를 반영한것이다.특히 이번 사건은 교육환경권.역사적 환경권까지 법원이 폭넓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학교 가까이에 24층 아파트를 지을 경우 교내의 연구.창작활동에 지장이 있다며 부산대(釜山大)가 낸 아파트공사중지 가처분신청사건의 대법원 결정이유는 특히 관심을 끌만 하다.교육환경권과 사유재산권이 충돌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환 경권이 사유재산권에 앞선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라고 밝히면서도 『대학의 연구활동을 위축시키면서까지 사유재산권을 보호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19층 이상을 지어서는 안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의 결정은 하급심에 기속력(羈束力 )을 가지므로 앞으로 유사한 사건의 판단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수 있다.
19층으로 건축허가된 서울 삼성동 봉은사 주변건물의 높이를 15층으로 제한하도록 한 서울민사지법의 판결도 환경권 보호차원의 같은 맥락이다.재판부가 판결문에서 『높은 건물을 지으면 봉은사의 문화재적 가치와 불교 도량(道場)으로서의 환경이 파괴될우려가 있다』고 밝혀 자연환경 뿐만 아니라 문화재등 「역사적 환경」까지도 환경권 보호대상으로 해석했다는 것은 음미해볼만 하다. 학교보건법에 따라 학교주변 교육환경 유해업소의 정비작업이올해안에 끝나야 하지만 사유재산권 침해라고 버티는 업주들의 반발로 차질이 불가피한 현실에서 법원의 이같은 판결경향은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또 학교주변에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을 지으려면 교육부장관과 협의를 거치도록 교육환경권을 더욱 강화해 교육부가 정기국회에 상정한 학교보건특별법 처리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넓은 의미에서 보면 새로운 환경규제라할 수 있다.또 앞으로의 환경정책 또한 환경권 보호쪽으로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그러므로 이젠 정부.기업.개인 가릴 것 없이모든 분야에서 환경문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생활화하고 의식을 전환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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