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국공債판매 늦어지는 속사정-銀監.證監院 관할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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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은행감독원과 증권감독원 두「상전」사이에서 은행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당초 18일부터로 예정되어 있던 은행의 국공채 판매 업무를 놓고『국공채 판매는 고유한 증권 업무』라는 증감원과 『어디까지나 은행의 부수 업무』라는 은감원 사이에서 결국 국공채 창구 판매가 늦어지게 됐기 때문이다.그것도 기껏해야 증 감원에서 이미 승인난 약관의 자구(字句)몇개를 은감원이 고치라는 정도의「상전」행세때문에 신경질이 날 정도다.
전국 33개 은행은 최근 국공채 판매를 앞두고 증권감독원에 약관 심사를 의뢰,「이의 없다」는 승인을 받았다.그러나 똑같은약관에 대해 은감원은 약관을 고치라고 다시 통보했다.
약관 승인이 나야만 국공채를 팔 수 있는 은행들로서는 이미 통장 인쇄가 다 끝난 마당이지만 은감원의 통보대로 통장 하나 하나의 약관 인쇄 부분에 정정 쪽지를 붙여야 할 판이다.
그러나 은감원이 고치라는 것은 약관의 골격이나 내용이 아니라「~해야 한다」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로 고치는 식의 단순한 자구 수정에 불과하다.또 증감원이 일단 승인한 약관을 고치면 다시 증감원에 들고 가야만 한다.시중은행의 한 임원은『이미인쇄한 통장들의 약관을 일일이 수작업을 통해 고쳐야 한다니,앞으로도 두 감독 기관의 의견이 다르면 어찌 하란 말인가』고 말했다. 현재 증권관리위원회의「금융기관등의 국공채 창구 판매업무운영에 관한 규정」에는▲금융기관은 약관을 제정한 후 증감원장에게 심사를 받아야 하며▲업무 개시 전날까지 방법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또 은행감독원 규정에는 국공채를 은행의 겸용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李貞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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