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열려라!공부] 고려대, 2011학년도부터 AP 성적 반영 폐지키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고려대와 연세대가 미국 대학들이 요구하는 AP(Advanced Placement, 대학 과목 선이수제) 성적을 대입 전형에서 반영해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들 대학이 국제학부와 글로벌 전형 에서 AP 성적을 반영하면서 미국 유학과 상관없는 일반계 고등학생들마저 AP 시험 대비에 나서고 있다. 또 AP 과정을 운영하는 학교가 민족사관고(민사고) 등 극소수여서 사교육을 받지 않고는 시험 대비가 어려운 데다 AP 시험에 응시할 기회마저 제한돼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 학생을 위한 전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AP란=미국 고등학교에서 대학 수준의 과목을 이수한 학생이 비영리기관인 ‘칼리지보드’가 시행하는 시험을 치러 과목당 3점 이상(5점 만점)을 받으면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 명지외고 강우신 유학상담실장은 “미국 대학들은 입학 원서 접수 때 해당 학생의 출신 고교가 AP를 운영하는지 밝히라고 요구한다”며 “하지만 AP 성적이 GPA(내신)나 SAT(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를 뒤집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민사고가 AP 18과목을 정규 교과과정에 편성, 내신에 반영하며 일부 외고에서 방과후반을 운영하고 있다. AP 공식 시험장은 대원외고·한영외고·한국외대용인외고·민사고·한국과학영재학교 등에 개설돼 있다. 올해 AP 시험은 5∼9일과 12∼16일 나뉘어 치러진다.

◇국내 AP 열기 왜 생기나=특목고 유학반 학생들이나 준비하던 AP 시험에 관심이 쏠리게 된 것은 AP 성적이 대입 전형에서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연세대는 2006학년도부터 글로벌 리더 전형 지원자격에 ‘AP 성적 2과목 이상 제출’을 포함시켰다. 고려대도 2008학년도 수시 국제학부와 글로벌 인재 전형에서 처음으로 AP 성적을 토플을 대체하는 영어공인성적으로 인정해 줬다. 올해 입시에선 아예 지원자격에 ‘AP 3과목 성적 제출’을 포함시켰다.

◇‘AP 열풍’ 일반고에 번져=민족사관고 손은주 AP센터장은 “올해 응시생 365명 중에는 서울 휘문고와 보성고 등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도 많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명지외고 응시생 가운데 국내반 학생이 250명에 이른다.

일반계 고교인 서울 경기여고 3학년 박모(18)양은 “상위권대 국제학부와 글로벌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선 AP 2~3과목에서 5점 만점을 받아야 안정권에 든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일찌감치 AP를 대비하기 위해 중3~고1 학생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AP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비싼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박양의 어머니는 “AP에 대비하기 위해 3개월 동안 강의를 들었는데 250만원이 들었다”며 “대학들이 학교에서 해결해 주지도 않는 AP 성적을 반영하는 바람에 학원들만 신이 났다”고 말했다. 실제 학원가에서는 5주 과정으로 과목당 100만원 안팎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일반고 학생들의 경우 AP 시험 응시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AP 시험장을 운영하는 일부 학교들이 타학교 응시생의 원서 접수를 꺼리기 때문이다.

◇연세대·고려대 “AP 폐지할 것”=AP 준비가 과열되자 연세대는 2010학년도부터 AP 성적을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고려대 소태열 입학처장은 최근 “일부 고교에서 AP 시험 준비가 과열되면서 학교 교육이 다소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며 “2011학년도부터는 국제학부와 글로벌 전형에서 AP 성적을 반영하지 않기로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박길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