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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이창호 같은 이세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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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결승 3번기 제3국>
○·박영훈 9단(1승1패) ●·이세돌 9단(1승1패)


제11보(108~118)=A로 감아버리지 않고 흑▲로 물러선 이유에 대해 이세돌 9단은 “솔직히 떨렸습니다”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 이면엔 형세에 대한 100%의 자신감이 도사리고 있었음은 물어볼 필요도 없다. A의 강수는 성공 가능성이 80% 이상. 그러나 불안감을 주는 나머지 20%가 있다.

한데 이세돌은 국후 또 한마디를 덧붙였다. “착각이 있었습니다. 절대선수 하나를 빼먹고 있었는데 그 바람에 바둑이 갑자기 이상해졌습니다.”

110의 치중을 당하면서 이세돌은 가슴이 쿵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고, 비로소 자신의 착각을 깨달았다고 한다(흑B에 백은 C로 받아야 한다. 거의 언제든 선수였기에 방심했고 우하 쪽에서 워낙 급전이 벌어진 이후에는 두고 싶어도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111로 이을 수밖에 없을 때 112로 훌렁 넘어가자 실리도 실리지만 흑 대마 전체가 이상해졌다. 113으로 근거를 마련하고 115, 117로 가일수해 겨우 안전을 확보했다. 그 사이 박영훈 9단은 114,118로 하변을 연타해 순식간에 집으로 따라붙었다.

‘참고도’ 흑1은 얼마나 큰 곳인가. 눈감고 밀고 싶다. 그러나 이세돌의 이날 행보는 매우 신중해 이창호 9단의 현신을 보는 듯하다. 그는 백2로 잡을 때가 고민이어서(후수로 살자니 치사하고 놔두자니 불안해서) 아예 실전을 택한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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