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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 군락지 이름 놓고 줄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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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철쭉 군락지로 이름난 이른바 '일림산(日林山)'의 이름을 놓고 보성군과 장흥군이 논란을 벌이고 있다.

'일림산'은 보성군 웅치면과 장흥군 안양면 사이에 자리하고 정상 부근에 약 100만평의 철쭉 군락지가 펼쳐져 있다. 철쭉꽃 경관이 빼어난 데다 득량만이 한눈에 내려다 보여 매년 5월이면 수십만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보성군은 2000년 정상 부근에 '일림산' 표지석을 세우고, 보성 다향제(茶鄕祭) 행사의 하나로 일림산 철쭉제를 열고 있다.

보성군은 국토정보지리원 발행 지도에 일림산으로 명기돼 있어 일림산이란 명칭을 사용했다고 한다.

김기식 보성군 환경산림과장은 "일림산 정상에 철쭉을 옮겨 심고 등산로를 내는 등 그동안 열심히 가꾸고 홍보해 관광명소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광객들이 늘면서 장흥군 안양면 청년회가 "산 이름을 되찾아야 한다"며 장흥군에 민원을 제기했다.

장흥 안양 청년회는 "예로부터 삼비산(三妃山)으로 불려왔는데 엉뚱하게 일림산으로 잘못 알려졌고,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흥군도 국토지리정보원에 삼비산과 관련된 구전이 실린 안양면지(面誌 ) 등을 제시하고, 일부 지도에 일림산으로 오기(誤記)가 된 부분을 정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도에 주봉(해발 667m)의 이름을 빠뜨린 채 제2봉(627m) 이름인 일림산만을 명기, 착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위광복 장흥군 산림과장은 "보성군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산 정상의 표지석을 철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남도 지명위원회는 실사를 거쳐 중앙지명위원회에 이름을 선택해 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이름 하나가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주고 있어 시.군이나 주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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