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과세 불씨 남긴채 정부 판정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부와 민자당의 갈등이 일단락됐다.외견상으론 종합과세문제로 야기된 갈등이었다.그러나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정부쪽 손을 들어 줬다.
이번 문제는 내막적으론 보다 복잡한 복선이 깔려있다.정부의 개혁노선에 대한 당의 제동이라는 측면이 있다.당과 정부간의 힘겨루기 측면도 있었다.
결국 정부의 판정승으로 끝났다.민자당이 결과에 전폭 승복할지는 차후의 문제다.
당정간에는 아직 실무적으로 구체적 정리절차가 남아있는 것이다. 金대통령은 12일 민자당 당직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함께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금융실명제는 개혁중의 개혁』이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金대통령은 『그 원칙은 지켜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부쪽 손을 들어준 부분이 이 대목이다.채권.양도성 예금증서(CD)와 기업어음(CP)을 종합과세에 포함하자는 정부쪽 논리를 뒷받침한 것이다.민자당은 포함시키지 말자는 쪽이었다.
대통령의 언급에 민자당은 이견을 달았다.김윤환(金潤煥)대표는대통령에게 『원칙을 지켜나가되 현실적인 조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민자당이 정부안을 전적으로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金대통령은 『당과 정부가 잘 협의하라』고만 말했다.민자당 의견을 별로 들어주지 않는 눈치였다.
金대통령은 한발 더 나갔다.『민자당은 소수를 위한 정당이 아니라 다수국민을 위한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종합과세대상은 대략 3만1천명선이다.아마 金대통령은 이부분을 의식한 것 같다.3만여명은 말할 나위없는 소수다.다수의이익을 강조한 것은 그런 배경을 깔고있는 것 같다.
다만 金대통령은 종합과세문제에 대한 최종 결론은 유보했다.그로서는 원칙만 제시한 셈이다.최종 결론은 당과 정부에 일임했다. 종합과세문제는 이로써 일단락된 셈이다.
이번 파동은 앞으로의 당정관계에 약간의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결과적으로는 정부우위의 구도가 설정됐기 때문이다. 정책기조도 약간의 변화가 있을 것 같다.정부의 개혁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지방선거패배이후 민자당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한동안 개혁시책들이 다소 완화되는듯 했다.그러나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사실 민자당도 개혁원칙에는 동의한다.그러나 민자당은 그것보단중산층의 포용을 보다 중시해 왔다.지방선거패배가 중산층의 이반때문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자당은 그같은 생각을 정책기조에 반영하려했다.
그분위기를 총선까지 이어갈 생각이었다.그러다가 이번의 종합과세문제 같은게 생겨났다.
사실 청와대는 민자당의 그같은 분위기가 내심 불만스러웠다.그러면서도 제동을 걸지는 않았다.지방선거에 패배했다는 사실이 당의 입장을 이해하는 쪽으로 만들었다.선거를 의식한 탓이다.
그러나 이번 金대통령의 언급으로 보아 당이 아무리 개혁의 완화를 주장해도 정책기조까지는 바꿀수 없다는 입장을 확인해 준 셈이다. 〈李年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