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BOOK북카페] “디즈니는 상상력의 신이 되길 원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월트 디즈니 1,2
닐 개블러 지음,
김홍옥 옮김,
여름언덕, 총 1239쪽, 각 권 2만7000원

‘꿈의 제왕’ ‘현대문화의 아이콘’.

월트 디즈니(1901~66·사진)는 자신의 상상력으로 세계의 동심을 지배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제국을 건설했다. 벌써 반세기 전의 일이지만 디즈니 왕국은 끊임없는 혁신으로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 디즈니 신화의 핵심은 무엇인가. 이 책 지은이는 이 물음에서 출발, 디즈니의 개인적 삶과 업적을 세밀하게 추적한다. 그는 “디즈니의 상상력이 곧 미국의 상상력”이라며 “디즈니를 파헤치는 것은 그의 예술과 제국을 낳게 한 문화적, 경제적, 사회적 힘을 파헤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과거와 미래의 중재자=저자에 따르면 디즈니는 “향수에 젖은 과거지향적인 사람이자 미래주의자”였다. 과거지향적이었다는 것은 그가 평생 매달린 작업이 “가장 축복 어린 유년기의 한 조각을 다시금 움켜쥐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는 것이다. 디즈니는 자신이 대가족과 함께 살았던 미주리주 마셀린을 평생토록 그리워했다. 농장의 삶과 쥐(미키 마우스)나 오리(도널드 덕) 등 동물에 대한 매료에서부터 공동체에 대한 집요한 향수(디즈니랜드)에 이르기까지 그가 이룩한 모든 것은 유년 시절로 돌아가려는 몸부림이었다.

반면 그는 ‘최초의 멀티기업’을 일궈낼 만큼 미래지향적이었다. 디즈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장편 애니메이션, 실사영화, 다큐멘터리, 테마공원, 음악, 만화책, 캐릭터 상품, 교육 영화를 모두 단일 기업의 이름으로 묶어낸 최초의 인물”로 꼽힌다.

◇통제력에 대한 열망=디즈니가 사업을 하면서 염두에 둔 것은 그저 살아남는 게 아니었다. 그는 누구도 넘보지 못할 자리에서 모두를 제압하고 싶어했다. 디즈니를 움직인 것은 “마음대로 상황을 주무르고 싶은 충동이었다”. 저자는 디즈니가 애니메이션에 빠져든 것도 “애니메이터가 자신이 다루는 대상에 신과 같은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기차를 사랑한 남자=1945년 이후 애니메이션에 흥미를 잃어버린 디즈니는 기차와 사랑에 빠졌다. 47년 크리스마스 때 형들의 손자손녀에게 전동기차 세트를 선물로 사주면서 자기 것도 하나 살 정도였다. 48년에는 사무실에 전동기차 세트를 설치했고, 결국 기차 트랙을 깔 수 있는 부지를 찾아 새 집을 지었다. 집안에 터널과 14미터 높이의 버팀 다리까지 설치, 750m의 트랙을 완성한 그는 기차에 올라타 철도기사 놀이를 즐겼다. 기차는 그에게 애니메이션으로부터의 탈출구였으며 그가 마음 속에 구상하던 원대한 계획(디즈니랜드)으로 옮겨가게 한 교두보였다. 사람들이 탈 수 있는 오락용 기차를 만들고 싶어한 그는 55년에 디즈니랜드를 설립했다.

◇이기적인 일중독자=디즈니는 자신의 일 빼고는 아무 것에도 관심이 없었다. 할리우드 유명인사들과 접촉하는 데도 취미가 없었으며 벌어들인 돈은 대부분 회사에 재투자했다. 다만 ‘찰리 채플린’을 최고로 꼽았던 그는 채플린을 미키 마우스의 모델로 사용했다. 직원들로부터는 원성을 샀다. 애니메이션을 완성한 뒤에는 자신의 이름만을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디즈니가 지닌 호소력의 핵심은 바로 ‘꿈꾸기’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디즈니는 세상을 자신의 환상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지를 실증해 보인 인물”이라며 “그로 인해 미국인들은 완강한 현실에 맞설 수 있는 꿈의 힘을 믿게 됐다”고 말했다. 1200쪽이 넘는 방대한 지면 안에 디즈니에 대한 비판과 논쟁까지 자세히 다루고 있다.

원제 『Walt Disney : The Triumph of the American Imagination』. 

이은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