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 검문 부활? 신분증 제시 불응땐 처벌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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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은 25일 “불심검문에 응하지 않는 범죄 의심자에 대해 처벌 가능하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 침해 가능성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현재로선 범죄에 연루됐다는 상당한 정황이 있더라도 당사자가 거부하면 신분증 제시를 강제할 수 없다”며 “경찰관의 신분증명서 제시 요구권을 신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현행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불심검문을 거부하면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과태료 등의 처벌을 받는 조항도 신설할 계획이다. 검문 대상도 ^위험한 행위를 했거나 하려 한 사람 상수원 등 특정 시설 출입·체류자로 확대한다.

현행법은 검문 대상자를 ‘범죄를 했거나 저지르려는 상당한 의심이 있는 자’로 제한하고 있다. 본인이 불응하면 강제할 수도 없다. 경찰은 5월 실무작업팀(TF)을 구성, 공청회를 거쳐 9월 정기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부 법학자와 시민단체들은 “헌법이 보장한 신체 자유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마구잡이’ 검문이 부활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고려대 하태훈(법학) 교수는 “무고한 시민도 경찰관의 신분증 제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의 최은아 상임활동가는 “경찰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존해 불심검문을 남발할 것”이라며 “범죄 예방 효과는 낮은 대신 시민에게 불쾌감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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