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진주시 사봉면 무촌리 (주)프랜토피아의 ‘지열 이용 온실’에서 충청남도 농업기술원 농촌지도사 40여 명이 난방 원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온실 천장에는 지열을 내뿜는 방열판이 매달려 있다. [사진=송봉근 기자]
충남농업기술원 최정규 작물지원과장은 “비닐하우스나 유리 온실 등을 이용해 계절에 상관없이 재배하는 시설원예 농업 분야에서 치솟는 기름값에 대처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이 온실에서는 17일 전국의 농업 관련 공무원과 농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에너지 절약 기술 보급을 위한 현장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달에 견학 온 네덜란드의 유리 온실 업체 관계자가 “유리 온실은 네덜란드가 앞서 있지만 지열 이용 기술은 한국에서 배워야겠다”고 평가했다.
이 온실은 지난해 11월 농촌진흥청 농업공학연구소가 농가 보급에 앞서 식물조직 배양회사인 ㈜ 프랜토피아 농장에 시범 설치한 것이다. 발명특허도 받았다. 주택·상가에 활용하는 지열 이용 난방 시스템은 땅속 150∼500m까지 지열 흡수기를 집어 넣는 수직형이다. 새로 개발된 온실용은 지하 3m에 지열 흡수 파이프를 넓게 까는 수평형이다. 설치비도 수직형은 9000여만원(991㎡ 기준)이지만 온실용 수평형은 절반 수준이다.
◇우리 기술로 개발한 농촌형=이 온실 지하 3m 밑에는 지름 30㎜의 지열 흡수 파이프가 꼬불꼬불하게 6㎞쯤 깔려 있다. 이 파이프로 물이 돌면 지열을 흡수해 섭씨 7∼10도로 데워진다. 이렇게 데워진 물은 지열 교환기로 흘러, 온실에서 나온 찬물을 열교환 방식으로 데운 뒤 땅속으로 돌아간다. 온실에서 나온 물은 온실 난방을 하느라 식어 있다. 이 식은 물은 지열 교환기에서 땅속에서 온 물을 만나 1차로 데워진 뒤 히트펌퍼로 가 섭씨 40도까지 가열된다. 이 물이 열기를 모으는 축열조를 거쳐 온실에 난방을 하는 방식이다. 지열 난방 온실 바로 옆에는 난방비를 비교하기 위해 같은 크기의 경유 난방 온실이 붙어 있다. 지난 겨울철(11∼2월) 난방비를 비교한 결과 매달 경유 5000L씩 4개월 동안 2만L를 사용해 기름값만 1800여만원(면세유 기준)이 들었다. 하지만 지열 온실은 기름 한 방울 사용하지 않는 대신 히트펌퍼 전기료로 한 달에 50만원, 모두 200여만원쯤 들었다.
◇4년이면 설치비 회수=지열 난방 온실 설치비(991㎡기준)는 4500만원. 겨울철 4개월 동안 기름 난방을 할 경우의 기름값 1800만원에서 전기료 200만원을 뺀 기름값 절약액은 1600여만원. 3∼4년이면 설치비를 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연구 참여기업인 ㈜TEN 김태원(42) 대표는 “지열 온실 보급이 늘면 면세유도 절감돼 세수가 늘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현재 시설원예 면적은 5만1912㏊. 이 중 난방을 하는 시설원예 면적은 약 24%인 1만2537㏊쯤 된다. 농업용 면세유(L당 915원 선) 공급량도 248만KL(공급액 1조5651억원)에 달했다. 김 대표는 “248만KL의 면세유를 공급하려면 면세액은 1조3119억원쯤 된다”며 “지열 온실을 10%만 보급해도 1311억원의 세수를 늘릴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농촌진흥청의 분석 결과 우리나라의 시설원예 농가의 경영비 가운데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5∼58%에 이른다. 네덜란드·일본 등 시설원예 선진국의 유류비 비중은 10∼20%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구조로는 국제유가가 계속 오른다면 국내 시설원예 농가들의 어려움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촌진흥청 농업공학연구소 유영선(45) 박사는 “시설원예 농가들의 유류비 비중을 낮추기 위해서는 지열 이용 온실 보급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글=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