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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 도난작품 美서 나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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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우울하면서도 꿈꾸는 듯한 표정의 여가수,바이올린 켜는 사람들,당나귀,그리고 신혼부부….동화적 필치로 환상의 세계를 즐겨 그렸던 러시아태생의 마르크 샤갈이 말년인 지난 68년 그린 유화 『작은 음악회』의 모습이다.4반세기전 美 볼티 모어 한 자동차판매상의 집에서 도난당했던 이 그림과 관련해 미국에선 지금송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근착 외지(外紙)에 따르면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선 『작은 음악회』의 장물취득죄에 관한 심리가 열렸는데 피고가 자수성가한 백만장자 배리 트루핀이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는 것.그는 지난90년 어빙 아야시등 공범2명을 통해 암시세가 1백만달러에 달하는 이 그림을 30만달러란 헐값에 팔아 넘기려다 수상히 여긴한 고객이 당국에 알리는 바람에 FBI에 그림을 뺏기는 것은 물론 재판까지 받는 신세가 됐다.
올해 50세인 트루핀은 브루클린 출신으로 로스차일드 인터내셔널이란 장비대여회사를 운영하며 갑부들에게 세금도피처를 제공해 70~80년대에 걸쳐 큰 돈을 번 기업가다.
그러나 80년대 후반 세법개정으로 사업이 기운데다 여러 건의대형 손해배상재판에 휩싸여 파산 위험이 닥치자 자금마련을 위해지난 77년 구입했던 샤갈의 그림을 시장에 내놓았다 수사망에 걸린 것.
문제는 장물취득죄의 성립여부인데 트루핀은 자신의 요트개조 작업을 맡았던 멕시코조각가 라울 후니거가 10만달러를 주고 그림을 구입했으며 자기는 당시 그것이 훔친 물건이란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하지만 사태는 트루핀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듯하다.
면죄약속을 받고 검찰측 증인으로 나선 후니거가 안젤로 잭 잉글스란 범죄조직의 일원에게서 피카소의 그림과 함께 『작은 음악회』를 구입한 것은 트루핀을 위해서였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트루핀은 지난 10년간 『작은 음악회』를 자신의 자가용요트나저택에 모셔두고 애지중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제 배심원들의 결정에 따라선 최고 10년형에 처해질 위기에 놓여 있다.졸부라고는 해도 미술애호가의 운명치고는 혹독한 감 이 없지 않다.정작 이 그림을 훔친 잉글스가 공소시효 만료로 절도죄로 기소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는 평이다.
金成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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