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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ESTATE] 재개발 지분 쪼개기 제 발등 찍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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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아파트 입주권을 늘리는 ‘지분 쪼개기’는 재개발 사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서울 시내 노후 지역에 지분 쪼개기를 위한 다세대 신축이 크게 늘었다.

박모(45·서울 용산구)씨는 최근 4억원에 분양받은 33㎡ 정도의 오피스텔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주거용으로 임대해 사용하면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이 나온다는 건축업자의 말을 믿고 구입했는데 입주권을 받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비주거용 건축물의 분양자격을 제한하기로 해서다.

박씨는 “가격이 대지지분 3.3㎡당 1억원으로 비쌌지만 입주권을 예상하고 샀는데 어떡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서울 뉴타운·재개발 시장에 ‘지분 쪼개기’ 후폭풍 비상이 걸렸다. 조합원 입주권을 늘리는 지분 쪼개기에 대한 규제가 더욱 엄격해져 쪼개진 지분은 입주권을 받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지분 쪼개기가 많은 곳은 서울시가 앞으로 추가로 선정할 재개발 예정구역에 포함되기 힘들거나 대상이 되더라도 사업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뉴타운·재개발 기대감을 부추기며 극성을 부린 지분 쪼개기가 재개발 사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가 등 입주권 제한=이르면 7월부터 서울에서 상가·사무실 등을 대상으로 한 지분 쪼개기(본지 4월 16일자 E10면)가 규제된다. 서울시는 주택이 아니면서 사실상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건축물의 경우 기존 무허가 건축물에 한해서만 분양자격을 주는 내용을 담은 관련 조례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기존 무허가 건축물은 1982년 이전에 지어진 무허가 건물을 말한다.

이는 입주권을 받기 위해 상가 등 비주거용 건축물을 주거용으로 무단 용도변경하는 지분 쪼개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행 조례는 건축물 용도에 상관없이 사실상 주거용으로 사용되면 주택으로 간주해 분양자격을 주도록 돼 있다.

게다가 지분 쪼개기가 된 소규모 상가 등은 대개 권리가액이 얼마 되지 않아 아파트 분양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비주거용 건축물 소유자는 권리가액(기존 자산 평가액)이 아파트 최소 분양가 이상이어야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입주권을 기대하고 원룸 등 주거용으로 개조한 상가·사무실을 구입한 투자자들이 낭패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번 조례 개정안 시행 이후 건축허가를 신청하는 다세대·연립주택의 입주권도 제한된다. 전용면적이 재개발 아파트의 최소 규모 이상이어야 입주권이 나온다. 재개발 아파트의 최소 전용면적이 대개 60㎡여서 이보다 작은 규모는 분양자격을 얻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서울시는 당초 준공분부터 이 같은 규정을 적용하려 했으나 소급입법 문제 때문에 건축허가 신청분부터 규제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조례가 개정되기 전에 건축허가를 신청해 소규모 다세대주택을 짓기도 쉽지 않다. 서울시는 각 구청에 건축위원회에서 투기성 여부를 따져 건축허가를 내주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다세대는 건축 심의를 받지 않았다.

◇재개발 어려울 수도=서울시는 2010년 재개발 기본계획을 세우기 위해 최근 용역을 발주했다. 2005년 기본계획을 수립한 지 5년이 지나면 다시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는 2005년 기본계획 때보다 크게 완화된 요건을 기준으로 예정구역을 선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번 조례 개정안 입법예고 때 호수밀도(1㏊당 건물 수)·접도율(큰 도로에 접한 건물 비율) 등 재개발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시는 노후도(낡은 건물 비율)·호수밀도·접도율·자투리땅 비율 등 4개의 요건 중 3개의 기준을 낮추기로 했다. 4개 중 2개 이상의 요건에 해당하면 재개발 예정구역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현행 규정으로는 요건에 미달돼 재개발을 생각하지 못하던 곳들이 대거 재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이전처럼 각 자치단체에서 신청을 받지 않고 직접 재개발 예정구역을 선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치단체에서 신청받을 경우 신청 지역들이 미리 알려지면서 집값이 불안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지분 쪼개기가 극심한 지역들은 예정구역에 포함되기 어려울 수 있다. 새 건물이 많이 들어서는 바람에 노후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낡은 단독주택을 헐고 다세대를 지으면 새 건물 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다세대의 건물 수는 한 개 층의 세대 수로 계산된다. 실제로 양천구청은 2006년 목동 옛 시가지 재개발을 추진하다 지분 쪼개기로 노후도가 맞지 않아 포기한 적이 있다.

지분 쪼개기가 많으면 재개발이 가능하더라도 사업성이 떨어진다. 쪼개진 지분만큼 조합원 몫이 늘어 일반분양분이 줄기 때문이다. 조합원 아파트보다 비싸게 받을 수 있는 일반분양분이 줄면 조합원 부담이 불어난다. 최근 성동구 등에서 조합원 분양가를 두고 갈등을 빚는 구역들의 경우 대부분 조합원이 많아 일반분양분이 적은 데서 문제가 비롯됐다.

게다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으면 일반분양분 분양가가 내려가게 돼 조합원 추가부담금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전문가들은 “지분 쪼개기가 많은 곳은 재개발 여부와 사업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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