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훈 9단(1승1패) ●·이세돌 9단(1승1패)
박영훈 9단은 ‘참고도’ 백1로 밀어 중앙으로 나가고 싶다. 그러나 검고 칙칙하게 도사리고 있는 흑▲들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저 시커먼 동네로 나가 무슨 낙이 있을까. 더구나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이 우하 백의 형태다. 이세돌 9단은 그 약점을 보고 틀림없이 2로 꼬부려 올 것이다. 백3으로 막으면 흑4로 하나 젖혀두고(이때 백은 A로 뛸 수 없다. 그대로 포위되기 때문이다) 5를 확인한 뒤 6으로 끊는다. 그 다음 8로 젖히면 백은 응수가 두절된다. B로 젖히면 C의 이단젖힘이 괴롭다. 하변이 무너지면 백은 무슨 수로 흑의 실리를 당할 것인가. D의 절단도 발등에 불이다.
고심하던 박영훈이 78로 이었다. 고통이 절절이 밴 후퇴. 79로 막자 80으로 패망선을 타고 넘어간다. 가랑이 밑을 기어간 한신처럼 바닥을 기어 넘어갔다. 잔인한 현실을 인정하고 그는 후일을 기약하고 있다. 23세 청년의 인내가 처절하게 다가온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