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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바·람 & 맛·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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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 appetit!
* Bon appetit(본 아뻬띠)는 프랑스어로 "맛있게 드세요"라는 뜻
프렌치 바람이 패션을 넘어 요식업계에도 불고 있다. 최근 프렌치 문화를 코드로 한 카페나 레스토랑이 부쩍 늘었다. 단 정통 프렌치 코스가 아닌 프랑스인들이 평소 즐겨 먹는 가벼운 요리가 주 메뉴. 프렌치 요리 20년 경력의 셰프 성현기(40)씨는 “우리가 된장찌개 하나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듯 그들도 토마토 소스의 따끈한 스튜 하나면 거뜬하다”며 “화려하게 꾸미지 않은 단출한 식탁이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레 보[Les Baux] :::
프로방스 가정식 맛보실래요

   허리 높이의 난쟁이 돌담 너머로 보이는 아이보리색 2층 건물이 프로방스 마을을 떠올린다. 그래선지 상호도 프로방스 지방에서 가장 예쁘다는 마을 이름을 따왔다.
   메뉴 역시 프로방스 지역의 가정식이나 비스트로 요리. 달팽이 요리를 비롯해 프로방스 농가 스타일의 피자나 시골풍의 파스타 등 30여 가지다.
   커피나 차·주스는 물론 크레페나 와플·파르페 등의 디저트도 잘 갖춰져 있다.
   프렌치 요리 전문 주방장과 프로방스 출신의 외식 컨설턴트가 고심 끝에 내놓은 대표 메뉴는 부야베스(Bouillabaisse, 해산물 스튜)와 라따뚜이(Ratatouille, 야채 스튜). 마르세유 스타일의 해산물 토마토 스튜는 재료에서 우러난 진한 국물이 일품이다. 가장 인기가 많은 디저트 메뉴는 홈메이드로 구운 진한 초콜릿 케이크. 투박한 모양의 사과가 올려진 타르트보다 덜 달고 부드러운 생크림과 곁들여야 제맛이다.
   레스토랑 내부는 공간 분할이 뛰어나다. 화산석의 일종인 석재를 바닥에 깔고 화이트 가구로 통일감을 주면서도 코너마다 특색이 있다.
   페치카(벽난로)를 설치하거나 칸막이를 이용해 각각의 좌석 분위기를 살렸다. 또 복층 구조를 활용해 다락방 느낌의 프라이빗 룸도 준비했다. 지하엔 와인 창고와 주방이 있고 곧바로 외부 테라스로 연결된다. 돌담 밑에는 조약돌이 깔린 연못이 꾸며져 있다. 금붕어와 잉어가 헤엄쳐 다니고 미니 분수에선 물줄기가 시원하게 뿜어져 나온다.
1층 정원엔 사과·모과·포도·자두 나무 등의 과실수도 심어져 있다. 비록 한 그루씩이지만 열매가 열리면 손님들과 나눠 먹을 예정이란다.

미암미암[Miam Miam] :::
퓨전 디저트 와플 맛있게 냠냠

   한눈에 봐도 그린과 레드의 보색 대비가 뚜렷하다. 앤티크 가구들로 꾸며진 내부는 꽃과 그림 액자들로 풍성하다.
   테이블마다 화병이 놓여 있고 액자에는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이나 프랑스의 유명 카페 사진이 담겨 있다. 온통 빨간 색으로 뒤덮인 방도 있다. 테이블과 의자는 물론이고 촛대와 러너·샹들리에까지 붉은 색투성이다.
   베르사유 궁전에 와 있는 듯 클래식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이곳은 디저트 와플 카페다. ‘미암미암’은 불어로 ‘냠냠’이라는 뜻의 의성어. 15종의 와플과 수제 아이스크림을 판매한다. 디저트에도 트렌드가 있다면 지금은 단연 와플. 반죽 자체에 카푸치노·모카·시나몬·그린티 가루를 섞어 일반 와플보다 맛과 향이 훨씬 진하다. 가장 잘 나가는 베리 와플은 스트로베리·블루베리·라스베리가 한데 어우러져 새콤달콤하다. 바삭거리면서도 쫄깃한 와플 위에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얹어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기운이 입 안 가득 퍼진다. 특히 아이스크림은 이탈리아에서 기본 원료를 수입해 만드는 핸드메이드 젤라또. 아르헨티나에서 제조기술을 익힌 전문 셰프가 정통 방식으로 만든다. 국제적 미각과 다문화를 즐기는 싱글족을 주 고객으로 겨냥하고 있다.
   프랑스 정통 명품차도 리스트에 올려져 있다. 모로칸 민트와 베르가못이 조화를 이룬 ‘까사블랑카’와 레몬이 섞인 과일향의 ‘오페라 티’는 한낮의 평온함까지 가져다 준다. 볕이 좋은 날엔 창가에 앉아 1층 야외 테라스를 내려다보는 것도 좋다. 목련과 단풍 나무로 둘러싸인 테라스는 숲 속의 자그마한 비밀정원 같다.

르 삐에(Le Pied) :::
'착한' 프랑스 향토음식 만끽

   엄마 돼지 뒤를 졸졸 따라가는 아기 돼지 두 마리가 주황색 간판에 그려져 있다. 밑에는 ‘시골풍 프랑스 요리 전문점’이라고 쓰여 있다.
   돼지족 요리와 쉽게 연결이 되지 않지만 설명을 듣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성신여대 앞에서 캐주얼한 프랑스 가정식 요리를 선보인 ‘마미인더키친’의 권수영씨가 이곳의 주인이다. 프랑스 요리하면 으레 거창한 만찬이 떠오르지만 우리네 밥상이 항상 한정식 상차림이 아니듯 프랑스 요리에도 가볍고 조촐한 메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크림톤 실내는 연한 나무 색의 테이블과 의자를 두어 차분하다. 과도하지 않은 아티스트적 요소들이 포인트.
   이곳에선 식감을 제대로 즐기고 재미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대표 메뉴는 돼지족 요리와 꼬꼬뱅(Coq au vin). 사과와 오렌지로 마리네이드한 돼지족에 벌꿀을 발라 구워 달콤·쫄깃한 노르망디식과 다릿살에 마늘·양파·씨겨자를 듬뿍 넣고 구운 뚤루즈식이 있다. 어느 쪽이든 5일 간의 숙성 기간을 거쳐 비로소 완성된다.
   꼬꼬뱅은 노릇하게 구운 닭고기를 레드 와인에 조려낸 프랑스 전통 수탉요리로 처음 접하는 사람도 돼지족보다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
   보수적인 입맛을 가진 한국인들에겐 먹혀들기 쉽지 않은 메뉴다. 그래서 한동안 서비스로 제공하면서 반응을 살폈다. 다행히 지금은 나이 드신 어른들의 발길이 잦아질 만큼 단골이 생겼다.
가벼운 식사를 원할 땐 다진 고기와 야채를 틀에 넣고 익힌 ‘테린’이나 곡물 빵 위에 각종 요리를 얹은 프랑스식 오픈 샌드위치 ‘딱틴’이 적당하다.

프리미엄 김혜영 기자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정연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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