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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지면 반응한다, 나는 ‘햅틱’이다

중앙일보

입력

전지현보다 여자 친구가 좋은 이유는? 만질 수 있어서란다. 원초적 본능인가? 만지면 반응하는 햅틱(haptic: 촉각의)이 생활 곳곳에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게임기·휴대폰 등의 엔터테인먼트, 자동차 안전장치는 물론 의료분야에서도 터치 스크린 시대가 활짝 열린 것. 촉감에 의해 반응하는 유저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사용자 환경)의 현주소. 중앙일보 프리미엄이 모바일 기기를 통해 살펴보았다.


   오전 8시 20분. 출근길 지하철은 만원이다. 그 와중에 회사원 박모씨(28·여)의 손놀림은 여전히 바쁘다. 두 눈은 화면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양쪽 귀에 꽂은 이어폰에선 게임기 특유의 음향이 새나온다. 그녀는 닌텐도 삼매경에 빠져 종종 내릴 곳을 지나치곤 한다.
 한 손엔 게임기, 다른 한 손엔 짤막한 막대기를 들고 연신 화면을 두드려대는 모습은 이제 꽤나 눈에 익은 듯하다. 대중교통에서 뿐 아니라 길을 걷다가, 심지어 회사 사무실에서까지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닌텐도가 전폭적인 사랑을 받게 된 건 터치 스크린의 공이 크다. 스틱이나 버튼을 누르던 기존 게임기와 달리 3인치 짜리 두 개의 화면을 통해 새로운 게임 세계를 보여줬다.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의 덧셈·뺄셈 문제라든지 영어·한자·상식 등의 퀴즈는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 2004년 11월 첫 발매 이후 지금껏 6479만대(2007년 12월말 기준) 이상이 팔린 까닭이다.
 디지털 카메라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소니는 2005년부터 사이버 샷 모델에 터치 패널 LCD를 도입해 원하는 지점을 터치했을 경우 자동으로 초점이 맞춰지는 기능을 구현했다. 2007년 상반기 모델은 상하좌우 조정 없이 사진의 한 부분을 터치해 사진 속 피사체를 확대·축소할 수 있다. 소니 코리아 윤여을 사장은 “터치 패널 기능은 소비자에게 찍는 즐거움 뿐 아니라 보는 즐거움과 나누는 즐거움을 동시에 제공한다”며 “터치 스크린 라인업 강화와 함께 간편한 사용법과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터치 스크린의 열기가 가장 뜨거운 시장은 휴대폰 업계다.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통화하는 것을 뛰어 넘어 만지면 반응도 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1500만대 수준이었던 터치 스크린폰(이후 터치폰) 시장이 올해 두 배 이상 성장한 350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노키아·모토로라·소니 에릭슨 등의 세계 주요 휴대폰 업체들이 올 상반기 일제히 전면 터치폰을 출시하거나 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LG전자는 세계 최초의 전면 터치 스크린폰인 ‘프라다폰’을 내놨다. 화면 속 아이콘이 일반 키패드를 대신해 디자인이 심플하다. 전화를 걸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땐 터치 스크린의 키패드를 누르거나 전용 펜으로 글씨를 쓰면 된다. 얼마 전엔 국내 최초로 인터넷 가로 페이지를 화면 전체에 담아내는 ‘터치 웹폰’을 출시했다. 자유로운 웹서핑이 가능하고 이메일 확인이나 화면 스크롤이 한 번의 터치로 끝난다.
 지난해 F700과 아르마니폰을 선보였던 삼성전자도 올해 터치 스크린 시장에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지난달 25일, 사용자의 촉각을 자극해 휴대폰과 교감하는 감성 유저 인터페이스를 내세운 ‘애니콜 햅틱’폰이 바로 그것. 디지털 기술에 아날로그적 느낌을 결합한 디지로그적 감성이 돋보인다. 예를 들면 볼륨 다이얼을 키울 때 ‘틱, 틱’ 소리와 함께 진동이 발생한다. 진동은 강약과 장단에 따라 22가지로 나뉘며 사용자의 바이오 리듬에 따라서도 바뀐다.
 터치 스크린은 MP3에도 사용됐다. 지난해 9월, 터치감이 섬세한 ‘아이폰’ 성공으로 탄생한 애플의 ‘아이팟 터치’가 대표적이다. 손가락 하나로 원하는 음악·사진·동영상을 찾고 엄지와 검지를 벌리고 좁혀 화면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레인콤의 아이리버 W7 역시 터치 스크린 상에서 단 한 번의 클릭만으로 복잡한 단계를 거치지 않고 이용자가 원하는 메뉴로 바로 접속되도록 설계됐다.
 디지털 기기에 사용된 터치 스크린 기술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키패드가 필요 없어 화면이 넓어졌다. 또 불필요한 버튼이 모두 없어져 미니멀리즘의 세련된 디자인으로 거듭났다. 애플의 한 관계자는 “손가락을 사용하는 것이 다소 아날로그적인 방법인 동시에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라며 “손가락으로 음악·영화·웹서핑 등이 가능한 매우 편리한 디지털 기기의 시대”라고 덧붙였다.

햅틱이란?
사물의 촉감을 감지해 반응하는 유저인터페이스 기술. 의료 기술 뿐 아니라 게임기, 휴대폰 등의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자동차 안전 장치에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프리미엄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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