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의심나는 비례대표 모두 수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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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몇몇 비례대표 당선인의 행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공인으로서 자질이 의심스럽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드러나는 사실들은 우리가 어떻게 그런 ‘국민의 대표’를 뽑아줬던가 하는 수치심마저 들게 한다. 그들을 공천한 정당의 지도자들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자백할 게 있으면 자백하고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 검찰도 무슨 ‘야당 탄압이네’ 하는 소리에 흔들리지 말고 돈 공천 관련성을 끝까지 추적해 엄벌해야 한다. 국고 보조·선거 보조·선거비용보전 등의 이름으로 세금을 알뜰하게 받아가는 정당들의 검은 돈 거래 혐의를 참아줄 만한 일말의 관대함도 우리에겐 남아 있지 않다.

돈 공천 논란의 복판에 있는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 양정례 당선인. 그에겐 10억원 혹은 그 이상의 돈을 당에 건넸다는 얘기가 난무하고 있다. 본인은 아무런 해명 없이 잠적해 있다. 불과 1주일 전 양 당선인은 “당이 어려워 특별당비를 냈다”고 한 바 있고, 당 관계자들은 그 액수가 1억1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서청원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도 그 이상은 없다고 확인해 왔다. 그런데 어제 서 대표는 “10억원, 15억원 받았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당비가 없어 차입해서 썼다. 특별당비로 받은 건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도 십수억원 이상의 돈 수수를 확인했다.

참 이상한 일이다. 돈 낸 사람은 ‘특별당비’라 하고 돈 받은 사람은 ‘차입금’이라고 한다. 1억100만원 이상은 없다고 하더니 어느새 그 액수가 십수억원으로 불어났다. 어떻게 된 것인가. 검찰은 돈의 성격과 규모를 한 치 오차 없이 밝혀내야 한다.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2번 이한정 당선인은 전과 4범에다 학력이 모조리 허위로 밝혀졌다. 이런 사람이 공천 과정에서 왜 걸러지지 않았는지 놀라울 뿐이다. 이제 와서 문국현 대표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는 것도 안타깝다. 이 당선인을 당에서 축출하면 창조한국당 몫의 비례대표가 보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명 조치 대신 당선 무효소송을 낸 것도 부끄러움보다 이익 계산에만 골몰하는 민망한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