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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나앉은 할머니 6남매"나몰라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자식들에게 내쫓긴 심정을 어떻게 말로 설명해….』 27일 「며느리의 구박에 못 견디겠다」며 셋째 아들(59.서울금천구시흥동)집에서 옷보따리만 달랑 들고 나왔다가 길을 잃고 경기도군포시산본1동 산본파출소에서 보호를 받고 있는 李모(85.사진)할머니는 찾아오지 않는 6남매 생각에 눈 물만 흘렸다.李할머니는 이날 오전10시쯤 둘째 딸(50.경기도안산시일동)집에 가기위해 금정역을 헤매다 산본파출소 김종복(金鍾福.33)순경에게 발견됐다.
金순경은 李할머니의 둘째 딸 주소를 주민등록 조회로 확인해 전화를 걸었다.
『할머니가 여기 계십니다.모시고 가시지요.』 『셋째 아들이 시흥에 삽니다.그곳으로 모셔 사세요.』 냉랭한 두 마디만을 남기고 전화는 딸깍 끊겼다.
이에 이경종(李京鍾.34)경장이 셋째 아들집에 전화를 걸었다.며느리가 전화를 받았다.
『할머니를 모셔 가십시오.』 『우린 몰라요.』 李경장의 『폭우 속에 사고라도 나면 어쩌느냐』는 설득도 소용없었다.양로원에라도 모시려 했으나 군포시청측은 『가족들이 있는 상태니 안된다』고 했다.
나머지 아들.딸의 소재파악에 실패한 직원들은 다시 둘째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흥으로 보내라고 했잖아요.첫째 아들(70)은 몸이 아파서,둘째 아들(66)집은 올캐가 반대해서,첫째 딸(57)은 장사하며 혼자 살아서 안돼요.물론 저도 남편이 있는데 어떻게 모셔요.』 딸은 비난을 의식한 듯 『아버지가 돌아가신 5년전부터 어머니가 치매증을 앓아 웬만한 사람 아니면 모시지 못한다』고 말했다. 李할머니를 2층 직원숙소로 모신 파출소직원들은 『아무리 치매증을 앓는다 해도 낳고 기른 어머니를 내쫓다니…』라며 부모까지 내치는 우리사회의 「경로(輕老)세태」에 씁쓰레한 표정이었다. 〈康弘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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