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홍수대비 너무 허술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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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비가 많이 내리긴 했지만 우리 국토의 홍수대비체제가 너무 허술하다는 사실이 또한번 증명됐다.2~3일동안 수도권및 중부지방일대에 4백㎜이상의 비가 내리자 서울의 도로교통이 마비되고,곳곳에서 산사태.도로및 철도유실.열차탈선사고가 일 어났다.오늘 내일 사이 태풍이 접근하면 피해가 더 커질 전망이다.왜 우리는홍수에 강한 국토를 만들지 못하는지 다시 한번 반성해봐야 한다. 서울시의 저지대(低地帶)관리가 너무 서툴다.상습 침수지에 대한 건축통제가 평소에도 잘 돼 있어야 피해가 덜 난다.침수시의 교통통제도 침수시간을 예측,사전에 이뤄져야 한다.올림픽대로에 멋모르고 진입했다가 곤욕을 치른 시민이 많다.이 때문에 서울시내 전체가 밤중까지 교통대란을 겪어야 했다.
작년에는 가뭄대책과 씨름하느라고 홍수대책은 접어뒀었지만 올해는 이미 7월초부터 호우내습의 전조(前兆)가 있었으니만큼 미리대비할 시간적 여유는 있었다.가령 어느 저지대 동회에 양수기가2대밖에 없어물을 퍼내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피 해를 확대시켰다면 시간이 있었는데도 준비를 못한 것이다.또 열차탈선사고가 일어난 괴산(塊山)충북선의 경우도 중앙선 열차를 우회시킨다고 한것이 오히려 붕괴된 다리가 있는 사고지점으로 안내한 꼴이 됐다.사고발생을 즉각 파악하는 기동체 제가 필요하다.도로.절개지(切開地).교량등은 언제나 감시대상이 돼야 한다.
우리 국토가 홍수에 약한 것은 허술하게 공사된 곳이 많고,기본적으로 물을 저장해 두는 곳이 적기 때문이다.집중강우기에 물을 그냥 흘려보내면 탄탄한 땅도 견디지 못한다.정부는 2001년까지 9개의 다목적댐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재원이많이 드는 사업에 얼마나 투자의지가 있느냐가 문제다.가뭄과 수해를 교대로 겪어야 하는 우리의 기상조건 아래서는 평소의 치수관리를 잘 하는 길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댐이나 저수지에 들어가는 돈을 아끼면 물 부족,물 범람 의 양단(兩端)사이에서 고생만 죽도록 하는 신세를 면할 수 없다.물자원을 관리하는 체제를 쇄신(刷新)하고,물 저장소를 늘려 나가는데 국민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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