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톱>달콤한 인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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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앤터니 퀸과 줄리에타 마시나가 주연한 『길』(54년작)로 우리에게 친숙한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그에게 13회 칸영화제 그랑프리를 안겨준 『달콤한 인생』(60년작.흑백)이 비디오로 나왔다.
로마 상류층사회의 타락상을 통해 물질적 풍요 속에서 정신적으로 공황상태를 겪는 현대인들을 그린 이 작품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성(性)묘사로 화제를 모았었다.
헬리콥터에 예수의 상을 로프로 매달고 로마 상공을 날아가는 모습은 신에 의한 인간의 구원이라는 펠리니 감독의 주제의식을 암시하는 대표적인 장면.헬기에 탄 주인공이 지상의 비키니를 입은 여인들과는 손짓으로 의사를 전달하면서 마지막 장면에서 구원의 상징같은 청순한 소녀의 외침은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좋은 대비를 이루며 현대인들의 도덕성 상실을 한탄하는 감독의 의중을짐작케 해준다.
삼류신문의 가십기자 마르첼로(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는 각종 파티나 술자리를 쫓아다니며 유명인사들의 뒷소문을 캐기에 바쁘다.자연 상류층의 이면사회를 자주 접하게 되면서 점점 이들과 동화되는 마르첼로.돈많은 유한마담을 정신적으로 위로 해주며 하룻밤 상대가 되는가 하면 유명 여배우의 고독한 일면을 보면서 공감해주는 순진한 면도 있다.
진지한 글을 쓰고 싶어하는 마르첼로에게 친구 스타이너는 용기를 주는 정신적 지주.그런 스타이너의 가족 동반자살 소식은 마르첼로를 더욱 방탕한 생활로 치닫게 한다.어느 날 해변의 별장에서 방탕한 파티를 벌인 마르첼로와 그 패거리들은 해변에 죽어있는 거대한 물고기를 보며 이상한 기분에 빠져들고 건너편 소녀의 외침을 끝내 알아듣지 못한 채 등을 돌리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및 의상디자인상,뉴욕비평가협회 선정 최우수외국어영화상등 각종 상을 휩쓴 것에서 보여지듯 예술적 측면이 많은 영화이면서도 이탈리아등 유럽과 미국에서 커다란 히트를 기록해 흥행에도 성공한 작품이다.(751) 9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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