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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수입천 파서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산은 인자로움이고 낚시는 지혜로움이다.산은 눈에 보이기 때문에 누구나 인내심을 가지고 발을 내디디며 오르기만 하면 등반이가능하고,산은 인자롭기 때문에 누가 와도 거부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낚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지의 불확실한 세계에서한마리의 물고기를 낚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등산처럼 그냥 물가에주저 앉아 낚싯대만 드리워 놓는 것으로는 불가능한 것이고,어떤의미에서는 등산처럼 누구나 할 수 있는 행위 는 아니다.물고기와 대화를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등산의 대상이 되는 산과 낚시의 대상이 되는 물은 지상에서 가장 조화를 잘 이루는 단짝이다.산은 아무리 굳센 기상으로 하늘로 치솟아 있다고 하더라도 조그마한 물줄기들이 갈 길을 터주고,물은 아무리 제가 가고 싶은 지름길이 있다고 해도 산이 서있겠다고 고집하는 자리는 비켜간다.
이것이 산과 물이 단짝이 돼 영원히 지상에서 공존할 수 있는서로의 터전을 확보하는 근거가 된다.
이를 보고 중국 사람들이 지어낸 속담이 있다.「산은 굳세나 물이 가는 길을 막지 못하며,물은 거세나 산이 서 있는 자리를뚫고 나가지 못한다」는 말이다.산과 물,그리고 등산과 낚시는 인간에게 이런 깊은 인생의 교훈을 주는 묘미가 있어 좋다.그리고 등산과 낚시가 단순히 산을 오르거나 고기를 낚아내는 치부로인식되지 않고,육체적인 건강과 함께 정신적인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하는 레저로 인식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교훈을 주는 조그마한 협곡을 하나 찾아가보자.
서울에서 경춘가도를 타고 춘천을 거쳐 화천에 가면 평화의 댐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화천에서 평화의 댐으로 가는 길은 산세가 험한 지역이나 아스팔트 포장이 완료된지 오래다.
금강산에서 내려오는 평화의 댐에 갇힌 물 맛을 음미하고,계속직진하면 방산이 나오는데,방산 직전에서 우회전해 소로를 택하면파로호의 상무룡으로 가는 길이다.
길가에 잠시 실개천이 나오다가 산에 가려 금방 없어진다.이 개천이 파로호의 한 지류인 수입천이다.없어진 실개천에 대한 아쉬움을 간직하며 산을 오르면 고개가 나오고,고개의 정상에「파서탕」이정표가 나온다.
운전이 서툰 사람은 오금이 저릴 정도로 위험한 산길이 오른쪽에 뚫려있다.차가 비켜가기는 커녕 저 혼자 가기도 어려운 외통길이다. 초행일 경우 오른쪽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칠 것 같은 긴장감이 온몸을 감싼다.산비탈을 옆으로 타고 가는 위험한 길을 잠시 지나면 이번에는 자동차가 앞으로 고꾸라질 정도로 급한 내리막길이 나온다.곡예의 경지를 넘어 스턴트맨이 된 기분이 다.
털털거리며 몰고 온 자동차가 그런대로 쉽게 내려갈 즈음에 없어졌던 수입천이 오른쪽 숲속에 다시 나타난다.
중국인들이 말한 산과 물의 공존 원리를 여기에서 발견한다.수입천은 산을 뚫지 못하고 돌아서 이 협곡에 다시 나타난 것이며,산은 드디어 물길을 터준 협곡을 이루어 놓았다.협곡은 길고 험하게 파로호까지 이어진다.이 협곡이 「파서탕 계 곡」이다.
물소리.바람소리.새소리.곤충소리 밖에 없다.신선이 따로 없다.파서탕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사람이 바로 신선이다.
물은 맑아 팔뚝만한 물고기가 유유히 노닐다가 여울을 박차고 뛰어 오르는 장관이 눈 앞에 펼쳐진다.성급한 낚시의 초심자들은그 고기를 낚으려고 서둘러 낚싯대를 펼 것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고기」는 잘 낚이지 않는 법이다.금방 낚일 것 같지만 지혜가 필요하다.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눈에 보이는 고기와의 대화」를시작해야 한다.
宋 祐〈한국견지낚시클럽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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