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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저탄소 정책으로 지구를 살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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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올봄 한국 사회는 우주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비록 이소연씨만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그를 통해 한국 사회는 우주를 새롭게 만났다. 1968년 12월 24일 인류는 처음으로 가이없는 우주에 외롭게 떠 있는 지구의 전체 모습을 보았다. 아폴로 8호가 보내 온 잿빛 달 너머 떠오르는 푸른 지구 사진이었다. 깜깜한 우주 속에 떠 있는 작은 푸른 구슬은 애잔함을 자아낼 정도로 연약했다.

이 여린 이미지는 환경운동가들에게 지구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감수성을 만들어냈다. 산업문명이 환경에 미치는 폐해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때였고, 인구폭발과 자원고갈이 미칠 파국적 미래가 예견될 때였다. 인간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을 자연이 수용하는 데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인식도 높아졌다. ‘우주선 지구호’라는 말이 지구 환경용량과 자원의 한계를 상징하는 말로 사용됐다. 매우 제한된 자원을 사용해야만 하는 우주선과 지구는 닮았던 것이다. 지구에 대한 새로운 각성은 70년 4월 22일 미국에서 열린 최초의 지구의 날 행사로 이어졌다.  

지구온난화가 본격적으로 얘기되기 시작한 90년 4월 22일, 20년 만에 지구의 날이 다시 열렸다. 서울에서도 장대비가 내리는 남산에서 행사가 열렸다. 이후 지구의 날은 매년 이날 어김없이 열린다. 연례행사지만 올 지구의 날은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 같다. 최근 몇 년 동안 기후변화, 식량, 에너지·자원 위기는 생생한 현실로 다가왔다. 위기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예측 시나리오 중 하나가 아니라 지구촌 곳곳의 구체적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해 초에 나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의 4차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추세와 대응목표를 명확히 해주었다. 65만 년 중 최근 가장 높은 온실가스 농도로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더 중요한 메시지는 향후 100년간의 기온 상승을 그나마 지구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인 2도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 수준을 2050년까지 절반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은 80% 이상을 줄여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유럽연합은 올해 초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 줄인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독립국가라면 세계 7대 경제대국이 될 캘리포니아도 2050년까지 80%를 줄이는 계획을 이미 추진하고 있다.

원유가격은 지난 4년 동안 가격이 세 배 이상 올라 최근 100달러를 넘어버렸다. 국제정치적 불안정이 해소되더라도 가격이 예전으로 되돌아갈 전망은 낮다. 세계 원유생산이 이미 최정점에 도달했지만 수요 증가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최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낙관론자들도 그 시기를 앞으로 10~20년으로 잡고 있다. 즉 지금의 과도한 석유의존 경제를 이번 세기 중반까지 계속 끌고 갈 수 없는 것이다.  

새로운 에너지 체제로의 본격적인 전환 시점은 기존 에너지의 고갈을 반드시 필요로 하진 않는다. 인류의 에너지원 전환 과정은 기존 자원의 고갈로 인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나무가 있음에도 석탄을 사용했고, 석탄의 매장량이 앞으로 200여 년치가 있음에도 석유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해왔다. 즉 석유의 고갈시점을 정확히 경험하거나 알고 나서 행동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설령 그 시점이 수십 년, 100~200년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그때까지 기다렸다 새로운 에너지원을 모색할 수는 없다. 석유는 그 이후 세대에도 여전히 유용한 자원이고, 단순히 태워서 고갈시켜 버리기에는 훨씬 가치 있는 자원이기에 현 세대, 바로 다음 세대만이 독점해서는 안 될 자원인 것이다.

기후변화나 에너지원 변화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전환점)는 이미 시작되었다. 지구 전체 환경을 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 남북극과 고산 빙하의 변화가 심해지고 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우려를 보면, 의식에서의 전환은 시작된 것 같다. 저탄소 사회를 향한 티핑 포인트를 만들어낼 시점이다.

남상민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ESCAP) 환경담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