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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논단>증권사직원 自己賣買 허용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지난 12일 일어난 한 증권사 직원의 살인사건은 차명(借名)계좌를 이용한 이른바 「작전」이라는 주식시세 조종행위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얼마전 부광약품의 주가를 조작한 증권사 직원,은행의 펀드매니저들에 대해 예상밖의 실형 (實刑)이 선고된 후라 증권업계의 충격은 더 큰 것 같다.그런데 이런 불공정행위를 뿌리뽑기 위해 증권사 직원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감사를 벌여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비현실적인 발상이다.왜냐하면 작전 에 이용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차명계좌를 조사하는 것은 곧 모든 실명계좌를 조사하자는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또 이는 증권사만의 문제라기보다 모든 금융기관에 공통되는 금융실명제 자체의 문제임이 최근 「비자금파문」에서 확인된 바 있다.
차라리 많은 증권사 임직원들이 자기매매(自己賣買)를 하고있는현실을 감안,자기매매를 금하고 있는 증권거래법 제42조를 풀고그대신 이를 철저히 감시하는 것이 일보 전진하는 해법(解法)이될 수 있을 것이다.미국.영국.일본에는 국내 와 유사한 임직원매매 금지규정은 없으며 다만 협회및 개별증권사의 자율규제만 있다. 임직원의 계좌를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에 열게 하고 증자.
매수합병.실적호전 등이 발표되기전 일정기간내 사고 파는 행위,이례적인 주가급등락 전후의 매매,고객의 주문에 앞서 자기 주문을 체결하는 행위 등을 「공개적으로」 감시하자는 말이 다.한번사면 일정기간내 되팔지 못하게 해 시세조작을 차단할 수도 있다.이와함께 주가조작의 경우에도 내부자거래처럼 부당이익의 몇 배를 벌금으로 부과하는 것을 생각해볼 만하다.또 거래법 제106조에는 「시세를 조작한 자가 그로 인해 손해를 입은 자에 대해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돼 있지만 「집단소송제(class action)」가 없는 현실에서 개인투자자가 선뜻 나서기 쉽지않다. 감시의 칼을 빼면 종종 「작전세력」의 음모가 뒤따른다.
즉 불공정행위를 조사하면 해당 주식은 물론 주식시장 전체를 얼어붙게 하고 결국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지극히 간교한 속임수가 그것이다.그러나 지난해말 本社 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응답한 증권전문가 과반수가 불공정행위 근절을 새해 증시가 해결해야 할 첫 과제로 꼽았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있다.작전이 성공하려면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보통 수백억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큰돈을 주무르는 기관의 펀 드매니저들이 낄 수밖에 없다.펀드매니저들이 유혹받는 이유는 단기수익률게임 때문이다.가령 서울에 소재한 3개 투신사의 경우 비슷한 펀드들끼리 연,월,주,일별 수익률을 매일 비교해 실적이 부진한 펀드매니저들을 다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 다.언제 목이 달아날까 염려하는미국의 펀드매니저들도 이렇게 험악한 분위기에 있지는 않다.
기관투자가들은 왜 이렇게 허둥대는가.한마디로 돈주인들이 그렇기 때문이다.가령 투신사의 돈주인은 개인투자자들인데 수익률이 떨어지면 참지를 못한다.심지어 펀드매니저에게 전화해 「똑똑히 하라」고 호통치는 이들도 있다.여기에 약정에 쫓기 는 증권사 직원들이 가세한다.관리자산 2억원으로 책임약정 월20억원을 해내려면 5번을 사고 팔아야 한다.가.차명을 가릴 처지가 못된다.증권사가 감시를 제대로 하려면 부서장이나 지점장과는 별도로 미국의 「감시직원(Compliance Officer)」,일본의「내부관리책임자」와 같이 소정의 자격을 가진 직원이 필요하다.
철저한 내부관리가 주식시장을 정직하게 만들고 결국 증권사의 영업기반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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