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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에살고재산도키우고>양평군월산리취암마을 화가申順子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中央日報가 지난해말 전국 74개 도시 주민 3천2백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 74개도시 삶의 질 비교평가」자료에 따르면 사람들은 「삶의 질」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수질오염도,두번째로 대기오염도를 꼽았다.
그러나 맑은 물에 관한 한 서울은 이미 구제불능의 도시로 판가름 났고 깨끗한 공기도 서울에서는 마시기 힘든지 오래다.대기오염의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는 먼지의 오염 정도를 보면 서울은 공기 1입방당 먼지의 양이 지난해의 경우 평균 88마이크로그램(1백만분의1)이고 최고치는 5백93에 이르렀다.
하지만 서울에서 30㎞ 이상 벗어난 시골마을로 산과 개울을 끼고 있는 곳이라면 아무리 심해도 10마이크로그램 이상 수치가올라가지 않는다.평균치로 따져도 서울사람은 시골사람보다 약 9배 탁한 공기를 마시고 사는 셈이다.
지난 91년 경기도양평군지제면월산리 취암마을에 1천1백평의 터를 마련해 서울을 떠난 신순자(申順子.55.화가)씨는 이런 차이를 몸으로 느끼며 산다.학교 다닐 때 병을 앓아 공기에 민감한 체질인 申씨는 서울에서 살 때 항상 가슴이 답답한 증세로고생했다.그래서 틈 날 때마다 양평으로 스케치 여행을 나오곤 했는데 89년께 이곳 취암마을에 들렀다가 지금의 집터를 보고는한눈에 마음이 들어 사들였다.
이 마을 종가집 터로 1천1백평(대지 3백50평 포함)의 널찍한 땅에 조그만 동산까지 딸려 있는 이곳은 뒤로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앞으로는 맑은 개울이 흘러 전원주택지로는 그만이었다.본래 있던 낡은 집을 6천만원에 사들인 다음 살아 가면서 마당을 손질하던 申씨부부는 정원에 의외로 좋은 돌이 많은데 놀라 본격적으로 손을 대기 시작했다.
마을이름 그대로 이곳은 푸른 빛이 나는 돌이 많았고 申씨의 마당에도 아름드리 바위덩어리가 깔려있다시피 했다.
정원을 손질하다보니 집도 제대로 손을 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겨91년초 38평의 단층 벽돌집을 새로 지었다.그 때 일하던 인부들이 어렵게 끌어 온 마을 상수도 물을 마시지 않고 집앞 개울물을 그대로 마시는 것을 보고 申씨는 기■을 했다.『개울물이더 시원하다』며 아무렇지 않게 마시는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전문기관에 개울물의 수질검사를 의뢰했더니 틀림없이 「1급수」라는 회신이 왔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이곳이 바로 자신이 찾던 곳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때부터 마당에서 나오는 돌덩어리로 담장을 쌓고 정원 여기저기를 하나씩 꾸며 나갔다.정원이 얼추 제모습을 갖춘 뒤 지난해에는 작업실로 쓸 별채를 짓기 시작해 이제 골조만 겨우 갖춰 놓았다.아직까지도 미완성인 이 집의 정원만 겨우 완성단계에 접어들기까지 5년이 걸린 것이다.
돈이 생기는대로 조금씩 투자하다보니 전부 얼마가 들어갔는지 어림도 할 수 없다.자연이 좋아 전재산 다들여 가꾸어 놓은 덕분에 지금은 그보다 몇배의 재산으로 탈바꿈한 申씨의 경우는 「전원주택은 가꾸어 가면서 키운다」는 말을 실감하게 해주고 있다. 李光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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