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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다녀온 그들, 어떻게 달라졌을까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SUNDAY

170만 년에 이르는 인류 역사 속에 지구 밖으로 나가 본 사람은 불과 470여 명. 이 선택받은 사람들의 생에 세인의 호기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따끈따끈한 신간 『문더스트』(앤드루 스미스 지음, 사이언스북스)는 그중 달에 다녀온 비행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TV 중계로 봤던 여덟 살 소년이 성인이 돼 그들을 만나본 것이다. 지금까지 달 표면을 밟은 인간은 단 열두 명. 닐 암스트롱·버즈 올드린(이상 11호), 피트 콘래드·앨런 빈(이상 12호), 앨런 셰퍼드·에드거 미체(이상 14호), 데이비드 스콧·제임스 어윈(이상 15호), 존 영·찰스 듀크(이상 16호), 진 서넌·해리슨 잭 슈미트(이상 17호)다. 이미 사망한 제임스 어윈·앨런 셰퍼드·피트 콘래드를 제외하고 저자는 생존한 9명을 만나 인터뷰를 기록했다(2008년 4월 현재도 9명이 남아 있다).

“달 표면을 걸었던 사람들이 지상의 일상생활에 자신들을 잘 조화시키며 살아가는지, 이 세상 속에서 평화를 찾았는지, 또는 묵살되어 버린 그들의 희망을 계속 한탄만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는 소회로 시작하는 『문더스트』는 인류사의 위대한 한 페이지를 되돌아보는 후일담 르포로 손색이 없다.

번역판이 550여 쪽에 이르는 책은, 그러나 개인적 회고와 만남의 스케치가 얽혀 산만한 감을 준다. 달 착륙의 감격을 공유하는 동시대 미국인을 독자로 상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태평양 건너 종교·문화·역사가 다른 이국자가 볼 때 저자의 ‘의식의 흐름’에 따른 기술이 다소 부담스럽다.

아폴로 우주인들을 만난 기록은 『문더스트』가 처음은 아니다. 국내 번역서로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우주로부터의 귀환』을 첫손에 꼽을 수 있다.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이상 청어람미디어) 등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지성’ 다치바나가 83년 펴냈다.

81년 8월부터 두 달간 미 각지를 돌며 비행사 12명의 ‘우주여행 전후’를 취재한 것으로, 당시만 해도 모두 생존해 있었다.
만나본 결과 이들의 삶은 우주여행을 기점으로 극적으로 변했다. 비즈니스나 정계로 뛰어든 것은 차라리 ‘정상적’이었다. 누구는 화가가 됐고, 누구는 전도사가 됐으며, 누구는 정신이상을 일으키기도 했다. 우주비행사의 이혼율은 천문학적이었다. “우주 체험의 무엇이, 왜, 그 정도로 큰 충격을 주었는가.

우주 체험은 인간의 의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하는 의문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그의 추론은, 전 인류가 올라 앉아 있는 지구를 눈앞에서 조감한 경험이란 것은 마치 인간이 신의 눈을 가지게 된 것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우주로부터의 귀환』은 저널리스트적 감각과 인문학적 통찰력으로 빚어낸 흡인력 있는 글쓰기의 모범을 보여준다.

우주비행사들이 경험담을 수기나 자서전으로 펴내기도 했다. 우주경쟁 시대에 미국에 핵폭탄급 좌절을 안겼던 소련인 유리 가가린의 『지구는 푸른빛이었다』(갈라파고스)가 대표적이다. 61년 4월 12일 보스토크 1호를 타고 1시간29분간 지구 상공을 일주함으로써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에 성공한 그는 우주에서 지구를 본 뒤 “지구는 푸른빛이었다”고 말했다.

같은 해 펴낸 수기는 비행사 선발 과정과 우주에서의 체험 등 전인미답의 세계를 소소히 기록했다. 소비에트 당원으로서 당과 정부에 충성을 강조하는 이념적인 기술은 껄끄럽게 읽히지만, 러시아 우주개발사와 한국 우주개발사 등 부록이 쏠쏠하다. 미국인의 자서전으론 우주왕복선을 세 차례 탑승한 마이크 멀레인의 『우주비행, 골드핀을 향한 도전』(풀빛)이 번역돼 있다. 우주에서 소변 보기 등 세세한 물음부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이면까지 드라마틱하게 소개하고 있다.

한국인의 우주 비행이 결정된 지난해부터 출판계는 발 빠르게 우주 관련 책들을 준비해 왔다. 연초부터 쏟아진 책들은 크게 수기·인터뷰 형식의 에세이와 우주상식 위주의 실용서로 나뉜다. 『우주를 향한 165일간의 도전』(시그마북스)은 고산·이소연씨와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던 30인의 체험담을 담고 있다.

우주여행의 ABC를 알고 싶다면 『우주비행사가 들려주는 우주여행 설명서』(마이크 멀레인 지음, 한승), 『위험하면서도 안전한 우주여행 상식사전』(닐 코민스 지음, 뿌리와 이파리), 『우주여행 핸드북』 (에릭 앤더슨 지음, 길벗) 등을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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